특히 이보다 2년 앞서 미국에서 경구용 사전피임약으로 승인된 벨기에 ‘미트라 파마슈티컬스’(미트라)의 ‘넥스트스텔리스’의 무처방 판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현대약품(004310)은 넥스트스텔리스의 국내 판권 확보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넥스트스텔리스처럼 5세대 이상 차기 피임약 개발사들이 상징성을 노리고 FDA 승인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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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무처방 OTC의약품 된 ‘오필’...사전 피임효과 93%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미국에서는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을 처방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혈전증 유발 위험을 근거로 사전피임약을 구입하려면 처방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사전피임약도 무처방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에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등 관련 학계에서도 “1세대 고용량 사전피임약이 부작용을 일으켰지만, 최근에 각국에서 판매 중인 저용량 단일 호르몬제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전하다”며 거들고 나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HRA파마가 자사의 경구용 사전 피임약 오필(성분명 노르게스트렐)을 처방없이 쓸 수 있도록 허가 신청서를 FDA에 제출해 주목받았다. 1996년에 설립된 HRA파마는 지난해 5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일반의약품(OTC) 전문 제조 업체 ‘페리고 컴퍼니’(페리고)에 18억 유로 규모로 인수합병됐다.
사실 오필의 성분인 노르게스트렐은 이미 1970년대 그 효능이 최초로 확인된 프로스게스테론 계열의 물질이다. 페리고에 따르면 오필을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하면 93%의 피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사는 내년 1분기 중에 오필을 출시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오필이 전 연령층 대상 처방없이 사용가능한 지위에 단번에 올라선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처방없이 살 수 있는 사후피임약은 2006년 18세 이상에게 허용됐고, 모든 연령층에 확대된 것은 2013년이었다”며 “모든 연령층을 발아래 둔 오필의 시장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력 후발 약물 ‘넥스트스텔리스’...韓판권은 현대약품 보유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 미국에서 경구용 사전피임약으로 먼저 승인됐던 미트라의 넥스트스텔리스(성분명 에스테트롤, 유럽제품명 드로벨리스)의 무처방 가능 여부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넥스트스텔리스 매출은 920만 유로(한화 약 130억원)이며, 미국에서 매달 12% 이상씩 사용건수가 늘고 있다. 이밖에도 미트라는 넥스트스텔리스를 개선한 후보물질 ‘도네스타’의 임상 3상을 진행중이며 지난해 5000만 유로 규모 기술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차세대 경구용 사전피임약 업계에서 미트라가 다크호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처방 실적이 쌓이면서 안정성도 어느 정도 데이터로 확보한 넥스트스텔리스 역시 무처방 지위를 노려볼 수 있다”며 “오필 출시가 내년 초로 예정된 상황에서 빠르게 작업하면 미트라와 페리고가 같은 지위에서 시장 경쟁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약품은 202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넥스트스텔리스에 대해 ‘LINO-1713-DP’라는 개발명으로 국내 가교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아직 임상이 진행중이어서 해당 약물이 국내에 도입되려면 수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오필 등장 이전 미국과 정반대로 사후피임약은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지만, 사전피임약은 처방없이 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사전피임약 시장은 지난해 400억원 수준으로 사후피임약 시장(150억원) 대비 2.7배 가량 더 크게 형성된 상태다. 해당 시장은 아이슬란드 알보젠 ‘머시론’(성분명 데소게스트렐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동아제약의 ‘마이보라’(성분명 게스토덴,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등 3세대 경구용 사전피임약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약품 역시 3세대 경구용 사전피임약 ‘라니아’(성분명 레보노르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를 출시했다.
피임약 유통 업계 관계자는 “4세대 피임약까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출시됐고, 국내 시장은 3세대 약물이 주도한다”며 “다만 국내외 피임약은 시장 규모가 비교적 명확하게 형성돼 큰 변화가 없다. 이미 많이 개발된 3세대 약물로는 해외시장을 타깃해 개발하는 것이 큰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세대 이후 나올 차세대 피임약을 개발하려는 기업은 그 효능이 획기적이라면 FDA의 허가를 상징적으로 가져가면서 세계 시장도 노릴 수 있을 것”리아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