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증시 안정 도움될까…야당 협의 관건

정부, 대주주 양도세 기준 10억원에서 상향 검토
시행령 개정 가능하지만 추경호 "야당과 협의"
연말 대량매도 방지하고 주가 부양 효과 기대
"소득 많은 곳 과세가 타당…정치적 부담 우려"
  • 등록 2023-11-13 오전 5:00:00

    수정 2023-11-13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는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 양도세를 내는데, 종목별 대주주 기준 금액을 상향해 과세 대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식 양도세 기준 상향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정부는 야당과의 합의 하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작년 법인세처럼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 공격이 예상돼 합의 과정은 난항이 우려된다.

10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尹 ‘대선 공약’…연말 대주주發 대량매도 피하고 증시 부양 기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와 관련해 “현재 시장의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변화가 있게 되면 야당과의 합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날 기재부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의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부과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특정 종목을 100억원 이상 가져야만 대주주로 분류하는 등 ‘대주주’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부자 감세’ 공격에 나서면서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유지됐다.

대신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행 시점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연기됐다. 여야가 예산안 부수법안을 두고 조율한 끝에 주식양도세 기준은 현행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배우자나 부모·자식 등 가족 지분을 합산해 계산하는 기타 주주 합산 규정도 폐지됐다.

유가증권시장 대주주 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하향됐다. 이후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등 점차 낮아지면서 10억원까지 내려갔다. 문재인정부에서 강화된 주식 양도세 기준을 다시 완화하게 되면 매도 유인이 줄어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매년 연말이면 대주주들이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량으로 물량을 매도하면서 시장이 왜곡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자는 매년 증시 폐장 직전일에 확정된다. 올해는 12월 27일 보유액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자가 확정된다. 양도세를 피하려면 12월 26일까지 종목당 주식 보유액을 10억원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 때문에 양도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개인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작년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세 기준일인 12월 28일을 하루 앞두고 코스피 시장에서 1조1331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4039억원을 팔아치웠다. 대주주 기준이 오르면 상장 주식을 수십억원 가진 극소수 개인 투자자만 세금을 낸다. 연말에 증시가 흔들리는 일도 줄어들어 증시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경호 “야당과 협의 필요”…“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지적도

주식 양도세 기준 상향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 올해 연말 이전 시행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정부는 민주당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2년 유예를 하면서 대주주 10억원에 대한 기준은 내년까지는 유지하기로 합의가 있었다. 야당과의 합의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내 상장주식 양도세 대개편은 이미 지난 대선과 대통령 인수위 국정과제로 국민께 약속드린 사안”이라며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국내 주식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대주주 기준 완화가 ‘부자 감세’로 받아들여진다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이 따르는 것이 원칙인데, 대주주에 대한 혜택을 넓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 부담으로 시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5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되면 대주주 기준과 상관 없이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과세하게 되는데,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거론하는 건 금투세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 교수는 “여야 합의를 해서 내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봤자 내년 1년 뿐”이라며 “시기적으로 거론될 때가 아닌데, 오히려 금투세 시행에 대한 국민들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면서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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