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지영의 박미경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조는 마무리됐지만,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연말 기관투자자 회계장부 마감(북클로징) 시기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회사채보다는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시기에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가 단기화되면서 리스크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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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모 회사채(신종자본증권 제외) 수요예측 월별 주문액은 이달 들어 1조1550억원에 그쳤다. 계절적 비수기였던 7월과 8월 각각 4조8440억원, 5조7710억원이었다가 9월 8조72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달에도 8조1474억원으로 8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이번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곳은 이날까지
대한항공(003490)과
LG유플러스(032640)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다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평균 경쟁률은 9월(4.01대 1)과 10월(4.10대 1) 두 달동안 잠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4.62대 1로 소폭 올랐다. 회사채 발행이 뜸해지면서 갈 곳 없는 수요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두달 간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79조8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 같은 시기 84조2000억원 대비 4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몇 달만 버티면 연초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굳이 발행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게 이유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을 마무리했다고 보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본격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역시 회사채 발행을 연초 이후로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수요가 없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발행사쪽에서 연초 발행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강한 느낌”이라면서 “회사채 발행이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급작스럽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만큼 대부분 기업이 연초 발행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말 시장 상황을 보면서 단기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찾고 있다. 당장의 불확실성을 짧게 버티고 수요가 확실한 연초로 회사채 발행을 미루기 위해서다.
CP는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5조4663억원 순발행됐다. CP 상환규모보다 발행규모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10월 5조122억원 순발행을 기록하면서 7월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단기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기로 조달한 만큼 만기가 금세 돌아올텐데 최근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 금리가 예상 밖으로 오를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경제지표나 연준의 메시지로 금리 방향성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단기 자금조달은 금리변동 리스크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