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데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제재’나 ‘금지’ 등의 키워드가 오가는 국내외 정서를 고려했을 때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하기 녹록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크지 않아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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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은 일부 PEF 운용사가 주도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유동성 폭발로 중견 PEF 운용사들이 거액을 확보하고, M&A에 참전하던 시기를 지나 초대형 소수 운용사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1조원을 웃도는 M&A를 이끌어낸 국내 PEF 운용사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UCK파트너스 등 3곳에 불과하다. 투자와 엑시트(자금회수)가 싸이클이라는 게 있다지만, 예년과 비교해 시장 참여자 숫자가 확 줄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투자뿐만 아니라 펀딩(자금모집) 측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기관전용 PEF 현황(올해 3월 기준)에 따르면 올해 모인 PEF의 신규 조달 자금은 총 5조16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3조9336억원)과 비교해 31%가량 증가한 규모다.
상황이 이렇자 ‘우리도 과감하게 베팅해보자’는 분위기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유의미한 자금을 확보한 운용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형 투자에 발목을 잡힐 리스크를 고려하다 보니 차선책을 도모하는 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PEF 운용사들이 바이아웃 보다는 그로스 등 에쿼티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아웃을 하더라도 소화 가능한 수준에서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인수금융 비중을 높인 투자보다 자금 조성이 수월한 미드사이즈 딜에 집중하거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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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미·중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투자 방향을 설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자국 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 등 3개 분야로 투자 제한 범위를 한정했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 투자에 전면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자본이 빠지면서 국내 운용사들에게 중국 투자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업계 의견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여러 방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장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이제 막 시작한데다 M&A 시장에 나올 채비를 하는 유망 매물 소식도 요원해서다. 운용사들은 무리한 투자보다 자금 모집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괜한 딜소싱보다는 일단 앞으로 나올 기관 콘테스트에 주력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