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제2의 파두(440110)’ 사태를 막는다며 무리한 상장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단계별 수수료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엎어지더라도 예비 상장사로 하여금 주관사에 수수료를 주도록 하는 계약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안을 논의하면서다.
정작 증권사 반응은 떨떠름하다. 수수료 몇 푼 벌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상장 이후에도 상장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예비 상장사를 향한 감독당국의 책임 강화 주문이 달갑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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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증권사와 발행사 간 관계는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도 사람처럼 생애주기가 있는 만큼,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및 인수합병(M&A) 등 전 부문에 걸쳐 증권사와 거래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예비 상장사가 작정하고 실적을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감독당국 지적은 타당하다. 작년 메타버스 오피스 기업 틸론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할 때 금감원이 세 차례 퇴짜를 놓자 “상장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난색을 표하던 한국거래소도, 거래소 손을 들어줬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파두 사태를 거치며 신중해진 분위기다.
다만 예비 상장사에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과 장기적 관계를 쌓고자 하는 주관사에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장법인도 스스로 상장할 자격이 있는지 내부통제를 갖춰야 하는 동시에 상장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주 접촉하는 주관사도 상장 이후까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