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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크게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먼저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연락을 두절했습니다. 그리곤 보름 만에 나타나 결혼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잘 지냈는데, 남자친구가 또 연락두절 되었습니다. 남자친구 주변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소문 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남자친구는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책임질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미련이 남아 매달렸지만 남자친구는 결혼을 결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남자친구에겐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와 동거 하는 사이였고요. 결국 저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고 미혼모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남자친구는 다시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울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하고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자친구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양육비도 가능한가요?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미혼모가 된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혼인관계를 맺지 않아도 양육비는 받을 수 있나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는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남성이 자녀의 친부임에도 인지를 거부하거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면, 법원에 인지청구를 해서 해당 남성의 친생자로 확인받고 양육비를 청구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연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가 임신을 하였더니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사귀는 단계에서 임신을 했는데 상대 남성이 혼인을 거부한 경우입니다. 혼인을 거부한 남성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 즉 약혼이 성립됐는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약혼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부당하게 파기한 경우라면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사실 혼인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혼인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중간에 결혼을 하자고 약속하기도 했는데, 약혼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을까요?
△약혼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를 뜻하는데요. 우리 민법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 혼인하기로 한 진지한 합의 외에 어떤 경우에 약혼이 성립하는지 구체적으로 절차나 형식을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연의 경우도 약혼으로 보기 힘들까요?
△사연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는 얘기가 없습니다. 단지 임신 사실을 알리고 결혼하자고 했더니 오락가락 하면서 태도를 바꾸었는데요. 무엇보다 양가 상견례가 있었던 거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현재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약혼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결혼을 거부한 남성에게 약혼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른 여성과 동거 중이면서 사연자를 만나서 임신까지 하게 만든 부분의 법적 책임은 어떤가요?
△해당 남성이 마치 결혼할 것처럼 속여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가 문제입니다. 만약 상대 남성의 기망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결혼할 의사 혹은 계속 진지하게 교제할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서 계속 교제를 이어가거나 만남을 이어갔는지에 대해 입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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