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민주당의 탄핵안처리 직전 전격 사퇴한 직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통령이 이 위원장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탄핵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이 위원장 물러나라”고 탄핵한다더니 막상 그만둔다니까 대통령이 사표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모순된 행동을 한 것이다. 탄핵의 진짜 목적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정략적 의도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 대목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방통위는 장기간 ‘식물 부처’로 전락한다. 행정안전부는 이상민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이후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167일 동안 장관 공백 상태를 겪었다. 그나마 차관이 대행을 하며 최소한의 조직운영이 가능했지만 방통위는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위원장 포함, 2명으로 운영됐지만 위원장이 탄핵되면 상임위원 1인 체제로 전환돼 합의제기구인 조직 특성상 의사결정이 아예 불가능해진다. 이 위원장의 사퇴는 방통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방통위원장이 탄핵당할 정도로 명백히 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선 민주당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한다. 실제 탄핵안에도 이 위원장의 구체적 법 위반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고 검사들 탄핵안에 쓴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일 정도였다. 민주당으로선 헌재판결이 신속히 나오기 힘든 틈을 타 방통위의 기능을 마비시켜 내년 총선 때까지 그들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을 뿐이다. 이 경우 YTN 인수 승인,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종편 재승인 심사 등 주요 안건 의결은 불가능해지고, 가짜 뉴스 단속도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무위원, 심지어는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탄핵 운운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도 이 위원장 탄핵은 무산됐지만 이재명 대표를 수사한 검사를 끝내 탄핵했다. 아무리 정쟁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주요 공직자 탄핵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건 법치를 유린하고 정치를 희화화하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국회의 권한을 남용하고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다수당의 폭거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