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오일머니 잡자…중동 찾는 전세계 금융맨

[거세지는 중동發 투자열풍]
글로벌 투자 늘려 탈석유 경제 실현
전세계 국부펀드 출자금 3분의 2가 중동
전세계 운용사 자금유치 총력전
"행사·미팅 등 인적교류 공들여"
  • 등록 2024-02-14 오전 1:20:18

    수정 2024-02-14 오전 6:03:35

[아부다비·두바이=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110,000,000,000,000원(110조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무바달라·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 카타르의 카타르투자청(QIA)을 일컫는 소위 ‘오일 파이브’가 작년 전세계에 투자한 규모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의 심장 아부다비와 두바이 금융센터는 입구부터 로비까지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들로 늘 문전성시다. 굵직한 글로벌 인수합병(M&A)에서 큰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자 중동 국부펀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오일 파이브를 찾는 것은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파격적인 투자로 해외 혁신 기술 및 인재를 유치하며 탈 석유 경제 기반을 탄탄히 갖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3일 국부펀드 리서치 기관 글로벌 국부펀드(SWF)에 따르면 전세계 국부펀드 출자금에서 오일 파이브가 차지한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지난해 전세계 국부펀드가 출자한 금액은 1247억달러(약 166조원)로, 전년 2612억달러(약 348조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오일 파이브는 2022년 828억달러(약 110조원)보다 소폭 줄은 823억달러(약 109조7000억원)를 출자하며 전세계 투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동 국부펀드들은 자산 규모면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글로벌 SWF가 집계한 국부펀드 자산 규모에 중동 국부펀드 세 곳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 기준 UAE ADIA가 9930억달러(약 1305조원)로 3위, 사우디의 PIF가 7000억달러(약 920조원)로 6위, UAE 무바달라가 2760억달러(약 362조원)로 9위를 차지했다.

오일머니 혜택을 톡톡히 누린 중동이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투자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구조를 재편해 제2의 도약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중동 3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 한 관계자는 “UAE 정부는 현재 석유 의존도 낮추기, 외국 화이트칼라들의 기술과 상업 능력의 흡수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적재산권(IP) 창출을 목표로 외국 인력의 현지 거주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에서도 IMM인베스트먼트가 중동에 꾸준히 얼굴 도장을 찍으면서 중동 VC 쇼룩파트너스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벤처 투자 펀드를 조성했고,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출장길에 올라 네트워크 확보에 나서는 등 한국 운용사들도 오일머니 확보를 위한 잰걸음 중이다.

올해 중동 국부펀드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자, 글로벌 운용사들은 이들의 자금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부다비 현지에서 만난 사우디 기관투자자(LP)의 한 CIO는 “중동 LP들과 투자를 논하고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행사나 미팅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면서 교류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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