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투자 전략 구사를 위해 든든한 블라인드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시장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최상위권 PEF 운용사들이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뛰어든 가운데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펀딩(자금유치)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호소하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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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PEF 운용사들은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4조2000억원 규모의 메머드급 신규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8000억원으로 1차 클로징을 마친 IMM PE도 추가 펀딩을 통해 로즈골드 5호 펀드를 2조60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연초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VIG파트너스가 1조5000억원 규모의 5호 펀드 모집에 나섰고, 맥쿼리자산운용도 1조원 규모의 맥쿼리한국오퍼튜니티펀드(MKOF) 6호 펀드 조성에 뛰어든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들 운용사 모두 총 8000억원을 출자하는 국민연금 PEF 운용사 콘테스트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 구도를 띠게 됐다. 시장에서는 3곳의 국민연금 PEF 운용사 자리를 어떤 운용사가 따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어펄마캐피탈와 키스톤PE,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BNW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펀드 조성에 돌입한 상태다. 자본시장에서 올해 조성을 마치거나 본격적인 자금 모집에 나설 신규 PEF 블라인드펀드 규모만 1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형 블라인드 펀드 조성이 늘어난 데는 올해 넉넉해질 조짐을 보이는 유동성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올해 주관하는 PEF 운용사 콘테스트 출자 규모가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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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PEF 운용사들이 일제히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펀딩 전쟁도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앞으로 PEF 운용사를 뽑는 각 콘테스트에 블라인드 펀드 펀딩 퍼즐 조각을 맞추려는 운용사들이 대부분 참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 PEF 운용사들의 각축전으로 판이 짜이면서 상대적으로 펀드 조성 규모가 작은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경쟁자가 늘면서 자금을 따낼 기회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이나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등 굵직한 PEF 운용사 콘테스트 선정 결과가 향후 이어질 다른 콘테스트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던 전례를 생각하면 초대형 운용사들이 자금을 독식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내심 걱정거리다.
한 중견 PEF 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올해 펀드 조성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이 많다”며 “올해는 유독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노리는 운용사들이 몰리면서 펀딩 경쟁 자체가 치열해진데다 기회도 워낙 제한적이어서 중소형사에까지 기회가 올지 고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