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추진…“제도 실효성 높일 것”

“공제대상 확대는 검토 안해”…여당 완화안과 온도차
“재계의 상속세 인하 요구는 사회적 합의 필요” 난색
  • 등록 2019-05-29 오전 5:00:00

    수정 2019-05-29 오전 5:00:00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전경.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정치권의 논의와 맞물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현재 10년인 사후관리 기간을 줄이고 내용도 완화해 중견기업의 가업 상속을 좀 더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제 대상을 연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1조원까지 확대하려는 여권과 달리 한도 상향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온도차이를 보였다. 보수 야당과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기재부 상속세 공제 사후규제 10년→7년 검토

재계는 최근 기업 오너가 최대 50%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지 못해 2~3세에게 지분을 넘기지 못하고 기업을 매각·폐업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상속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손톱깎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쓰리세븐이나 국내 최대 종묘회사인 농우바이오는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창업주가 경영권을 잃고 회사는 해외에 매각될 뻔했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고자 1997년부터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을 전제로 일정 상속액에 대한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제액도 역시 1억원에서 출발해 500억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피상속자가 직접 경영을 유지하며 고용·업종·자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사후관리 조건이 있어 신청자는 많지 않다. 2017년 기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건수는 연 75건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경영 환경은 급변하는 만큼 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후규제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거나 한국표준산업분류 소분류 내에서만 가능하던 업종변경도 중분류까지 확대하는 등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12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사후관리 기간 단축 등 가업상속공제 합리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공제대상 확대 상속세 인하 고려 안해 ”

그러나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 확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공제 대상 기업 기준을 현 3000억원에서 5000억~1조원까지 늘리자는 여권의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제대상 기업을 늘리는 건 또 다른 판단의 영역”이라며 “국회 내에선 오히려 대상 기업을 연매출 2000억원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는 법률안도 있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자유한국당과 재계가 주장하고 있는 상속세 인하는 검토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재계단체가 우리나라 상속세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 영속성 유지와 장수기업 배출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가업승계가 필요하다면 재계가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제대상 기업을 확대하거나 상속세를 인하하는 건 커다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별개의 큰 문제”라며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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