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성공의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현재 2조원대 풋옵션 분쟁을 벌이는 상대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비롯한 FI(재무적 투자자)들의 동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인 인적분할을 위해선 3분의 2이상의 주주 동의가 필요해서다.
교보생명은 832억원을 들여 보통주 210만주(2.04%)를 다음 달 31일부터 오는 8월 21일까지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으로부터 취득하기로 했다.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은 해당 기간 내 양도신청을 통해 8월 28일 매입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기주식의 취득 목적은 ‘주주에게 회사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거래 기회 제공’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소액주주는 138만5000주(1.35%), 우리사주조합은 100만8085주(0.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두고 “소액주주와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소액주주와 우리사주 조합원들에 대한 배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지주사 전환 추진을 위해 소수주주 지분 중 우리사주 조합 지분부터 환매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재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별도로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분쟁 상대’ 어피너티컨소시엄 설득은 ‘필수’
지주 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24%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GIC 등) 동의가 필수적이다. 교보생명이 계획하는 형태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주주가 동의해야 해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인 인적분할은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해 36.91%의 지분을 가진 신창재 회장이 코세어캐피탈(9.79%)의 우호 지분을 등에 업는다 해도 요건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교보생명으로서는 결국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반드시 설득해야 하는 셈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오랜 기간 풋옵션 계약을 두고 분쟁 중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3년 내로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않으면 신 회장이 해당 지분을 되사준다는 조건으로 교보생명 지분 24%를 총 12조2054억원(1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한 바 있다.
IPO가 미뤄지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40만9912원)이 부당하게 산정됐다고 반발하며 분쟁이 생겼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는 풋옵션 행사 권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풋옵션 가격 산정에서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ICC의 2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산정했다며 고발했으며, 1·2심이 무죄를 받으면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