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대기업만 바라보는 F&B 매물…구원투수 나타날까

PE가 PE로 넘기는 세컨더리 활발했던 F&B 시장
키울만큼 키워 기업 색 입히는 단계 남은 딜 수두룩
높은 몸값에 운영지침·로열티 등 조건으로 올스톱
F&B M&A에 신호탄 쏘아올릴 기업 기다리는 업계
  • 등록 2023-06-30 오전 4:43:56

    수정 2023-06-30 오전 4:43:56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사실상 구원투수는 대기업뿐이죠.”

사모펀드(PEF)운용사가 보유한 식음료(F&B) 프랜차이즈 포트폴리오들이 애타게 새 주인을 기다리는 가운데 최근 만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키울 만큼 키워놓은 F&B 포트폴리오에서 추가 업사이드(상승 여력)를 찾기보다는 기업만의 색깔을 입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간 F&B 시장에서 주요 원매자로 나서왔던 PE보다는 외식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기업이 원매자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그림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F&B 프랜차이즈 매물의 몸값을 감당할 대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해외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익 창출 여부에 상관없이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점과 까다로운 매장 운영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F&B 프랜차이즈 매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적합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배경이다.

(사진=픽사베이)
그간 F&B 프랜차이즈 인수전은 ‘PE들의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PE가 매물을 사들여 다른 PE에 되파는 ‘세컨더리 딜’이 F&B M&A 시장에서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제로는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대만 버블티 프랜차이즈 공차가 있다. 우선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분사하던 지난 2018년 홍콩계 PE인 앵쿼에쿼티파트너스는 프리IPO에 참여해 투썸플레이스 지분 40%를 확보했다. 이후 2019년 CJ푸드빌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사들였고, 이후 2021년 약 1조원 규모로 칼라일에 매각했다.

공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2년 김여진 전 공차 대표가 대만 본사로부터 판권을 사오며 시작됐던 공차는 그로부터 2년 후 경영권을 UCK파트너스에 넘겼다. 국내 사업을 궤도에 올린 UCK는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공차의 글로벌 본사인 로열티타이완(RTT)도 품었다. 그 결과 UCK는 공차를 미국계 운용사인 TA어소시에이츠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처럼 PE판으로 둔갑했던 F&B M&A 시장이 이제 대기업 주인을 애타게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용사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회사를 키울 만큼 키워놨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자체 역량으로 F&B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재 나온 딜 대부분은 외식사업을 확장하거나 추가 시너지를 노리는 기업에서 전문적으로 경영하며 쿡킹(cooking)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F&B M&A에 신호탄을 쏘아 올릴 기업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관련 인수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0배 안팎으로 형성된 높은 몸값을 감당해야 하고, 해외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익 창출 여부와 상관없이 로열티를 제공하는 리스크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정된 곳에서만 원부자재 거래를 하는 등 따라야 할 본사 방침이 수두룩하다는 점 또한 인수 협상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모든 요소가 걸림돌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동원산업의 한국맥도날드 인수 포기다. 지난 1월부터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검토해온 동원산업은 높은 매각가와 매장 운영 지침 등과 같은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4월 말 관련 협상을 모두 중단했다.

우선 맥도날드가 제시한 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이지만 동원산업은 2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원부자재의 경우 맥도날드가 지정한 곳만을 활용하게 되어 있는 만큼, 동원홈푸드를 통해 식자재 유통 사업을 전개하는 동원산업 입장에선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F&B 프랜차이즈 매물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 능숙한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F&B는 특히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에 PE가 운영하기에는 한계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부조건이 까다로운 딜도 많아 몸값을 낮추지 않고서는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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