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 기업 도시바가 오는 12월 상장폐지 된다고 한다. 1875년 ‘일본의 에디슨’이라 불리는 다나카 히사시게가 설립한 다나카 제작소를 모태로 하는 도시바는 1949년 도쿄 증시 상장 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때 일본의 대표 글로벌기업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와 경직된 조직문화,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폐쇄적이고 근시안적 경영으로 쇠락의 길을 걷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결국 74년 만에 굴욕을 맛보게 됐다.
| 일본 도시바(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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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는 일본 최초로 냉장고, 세탁기, 컬러TV 등을 내놨고 세계 최초로 노트북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한 초일류기업이었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1990년까지 NEC와 글로벌 반도체 정상을 놓고 자웅을 겨뤘고, 1992년 낸드플래시 기술을 삼성전자에 전수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반도체, 가전은 물론 방산, 철도, 중공업까지 30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100년이 넘는 기술 기업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산업에서 낸드플래시에 대한 추가 투자 타이밍을 놓쳐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후발업체 삼성전자에 완전히 밀렸다. 특히 정확한 시장 분석 없이 원전사업에 뛰어든 건 결정적 패착이었다. 2006년 미국의 핵발전소 건설업체 웨스팅하우스를 예상가의 3배에 달하는 54억 달러에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해외 원전수주 중단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냈다. 그러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00억엔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2015년 들통나며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
도시바는 내부 경영권 다툼으로 파벌주의가 극심했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의사전달 체계와 보스 앞에서는 ‘노(No)’를 하지 못하는 낡은 조직문화가 만연됐다. 그러다 보니 경영성과를 왜곡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하달되는 등 독선적 의사결정이 반복돼도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도시바의 몰락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후진적 지배구조 하에선 변화의 흐름을 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