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투자 비중을 논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던 인도와 중국을 대하는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현지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준비 태세에 한창이다. 막대한 인구수를 토대로 한 경제 성장 기대감과 정책적 지원, 개인투자자 증가 등에 따라 ‘언제든 경제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부 운용사는 현지 딜 소싱에 나서며 분위기를 보는 한편, 또 다른 일부는 현지 투자 파트너와 투자 비중 자체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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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운용사 블랙스톤은 향후 5년간 인도에 대한 투자를 250억달러(약 33조8250억원) 가량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인도 뭄바이 사무소에 20명의 파트너를 추가한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지난 2005년 인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설립한 블랙스톤은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중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인도에 진출한 운용사다. 최근 인도 주가지수가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 활황을 보이면서 IPO 역시 크게 증가하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본의 탈중국 러시로 인도가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인도에서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 펀드가 탄생하기도 했다. 인도 현지 사모펀드운용사 케다라캐피털은 17억달러(약 2조2676억원) 규모의 4호 바이아웃 펀드를 결성했다. 케다라는 이를 통해 금융과 의료, 소비재, 소프트웨어 등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한 발 남았다”…기다리는 운용사도
중국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대표적 운용사로는 MBK파트너스를 들 수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기관투자가(LP)들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을 통해 중국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주식시장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많은 운용사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였지만, 중국 경제는 10억 명의 소비자층을 갖고 있을 정도로 큰 경제권”이라며 “중국의 민간 시장은 성장을 다시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세대에 걸쳐서 이뤄지는 정치, 경제학적 발전 과정에서 ‘성장통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MBK 파트너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러한 주장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중국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재미를 봤다. 회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5개의 중국 기업들의 매출은 2022년 대비 지난해 54.6% 증가했고, 상각전 영엽이익(EBITDA)은 120.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