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진정되는 듯했던 미국 물가지표가 다시 고공비행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도 쏙 들어갔다.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큰 손’ 기관투자자(LP)들 역시 출자에 신중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상당수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공석이 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찬 바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출자사업은 우정사업본부(1500억원)와 건설근로자공제회(3600억원) 정도만 눈에 띄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1분기는 출자 비수기로 꼽히긴 하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출자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M&A 기근이 이어지면서 이미 출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이는 결국 재투자 자금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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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을 시사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쳐났던 시기와 달리 고금리 시기에는 대체투자를 통해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이는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출자에 신중한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상당수 공제회에서 CIO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현재 CIO 자리가 공석이거나 차기 CIO를 선정 중인 공제회는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총 세 곳이다. CIO 자리가 공석이라고 해서 투자 업무가 중단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새로운 CIO를 선정하고 새로운 체계로 자리가 잡히기까지 매끄러운 투자 결정이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등이 겹치며 시장 전체적으로 LP가 출자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 가운데 CIO 공석이 최근 출자 기근에서 제일 큰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사모펀드(PEF) 선호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공제회 특성상 그동안 쌓아온 트랙레코드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대형 PEF가 중소형 PEF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출자한 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면서 “확실한 수익을 보장받고 싶어하다보니 신생 중소형 운용사보다 과거 수익률 등 비교적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대형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고사 상태였던 M&A 시장 분위기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상당해 M&A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반기 최소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유효한만큼 선제적으로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곳들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국내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직 연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금리가 내려가면서 유동성이 좋아지게 되면 최소한 고금리 문제로 M&A 거래를 망설이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