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미국 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위상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오랜 기간 PEF 3대장으로 꼽히던 칼라일이 주춤한 사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가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지형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등 IT·테크 기반 포트폴리오(투자처)에 집중하는 PEF 운용사들도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두드러진 점이다. 최근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분야에 자본시장 뭉칫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업사이드(상승여력) 잠재력이 큰 IT·테크 업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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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달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톱10(Top 10 U.S. Private Equity Firms Of 2023)’ 현황을 발표했다. 블랙스톤이 자산운용규모(AUM) 1조 달러(1298조원)를 기록하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관심사는 블랙스톤 다음 자리의 주인공은 누가 되느냐였다. 당초 콜버츠크래비츠로버츠(KKR)와 칼라일의 각축전으로만 알고 있던 2등의 주인공은 아폴로가 차지했다. 자산운용규모 598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초대형 PEF 운용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아폴로는 오랜 기간 강점을 보였던 사모대출펀드(PDF) 분야와 달리 사모 투자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아폴로 뒤를 이어 한국계 조셉 배(한국명 배용범)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KKR이 자산운용규모 5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과거 TSK코퍼레이션(현 에코비트)와 SK E&S 등 인프라 투자에 무게추를 두던 KKR은 최근 2400억 규모 무신사 시리즈C 투자를 주도하는 등 그로스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랙스톤과 아폴로, KKR이 5000억 달러를 웃도는 자산운용규모를 기록하며 ‘빅3’ 진용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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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EF 강자로 군림했던 칼라일그룹(칼라일)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3810억 달러의 자산운용규모로 4위를 차지했다. 이 금액도 천문학적인 규모지만. 3위와 1300억 달러 넘는 자산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최상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칼라일에 이어 △베인캐피탈(1650억 달러) △TPG캐피탈(1370억 달러) △토마 브라보(1270억 달러)가 1000억 달러 규모 자산운용규모를 보이며 중위권을 형성했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1월 미용·의료기기 업체인 클래시스를 약 6700억원에 인수했으며,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에 주로 투자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 뒤를 △실버레이크(980억 달러)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960억 달러) △인사이트 파트너스(900억 달러)가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뉴욕주가 4곳의 운용사로 가장 많았고, 텍사스주 2곳, 캘리포이나·일리노이·메사추세츠·워싱턴 DC가 각 1곳이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IT·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PEF 운용사들의 득세다. 7위부터 10위까지 나란히 이름을 올린 토마 브라보와 실버레이크,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인사이트 파트너스 등은 모두 테크·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PEF 운용사다. 최근 반도체와 AI 분야에 대한 자본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운용사들의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다양성 대신 전문성이란 선택과 집중에 나서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접목할 부분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