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탄핵’이 다시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커지면서다. 그러나 탄핵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국에서 시도한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중 한 번은 실패했고 한 번은 성공했다. 한국처럼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국가도 흔치 않다. 그만큼 탄핵은 초유의 사태이며 잘못하면 한 나라의 민주주의를 극심한 혼란으로 내몰 수도 있다.
국회의원 출신 시사평론가인 저자가 탄핵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했다. 탄핵 제도를 역사적·이론적으로 조망하면서 해외 탄핵 사례를 함께 살펴본다. 한국에서 벌어진 두 번의 탄핵 시도 사례도 비교·분석하며 현재의 ‘탄핵 정국’도 같이 논의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탄핵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미비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작업은 의미가 크다.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이 중대한 잘못을 했을 때 임기가 끝나기 전 대통령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제도다. 태생부터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였다. 저자는 이러한 탄핵 제도가 본질적으로 ‘법적 성격을 가진 정치적 절차’라고 강조한다. 의회만이 탄핵소추에 나설 수 있고, 탄핵 사유 또한 포괄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캔들과 경제 상황 △의회의 당파적 배열 △대규모 시위 여부 △대통령 리더십 △민주적 자산 등 각종 정치적 배경에 따라 탄핵의 명운은 갈린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탄핵이 다시 이뤄질 수 있을까. 저자의 입장은 신중하다. “탄핵은 다른 방법이 다 통하지 않을 때 아주 조심스럽고 절제된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탄핵은 민주주의를 구원하는 천사가 될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