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물러설 데가 없다’…사모펀드가 구원투수를 부른 이유

PEF 투자처 '구원투수' 잇달아 등판
한샘 신임대표에 김유진 IMM 본부장
맡는 기업마다 흑자전환 능력 인정
투썸플레이스 '외식통' 문영주 선임
위기속 꺼낸 카드…고강도 조치 시작
  • 등록 2023-07-14 오전 10:01:38

    수정 2023-07-13 오후 10:01:23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위기에 빠진 자신들의 투자처에 ‘구원투수’를 속속 등판시키고 있다. 거액을 들여 인수했지만, 실적이나 주가가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수장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체질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김유진(42) IMM오퍼레이션즈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김유진 본부장 (사진=에이블씨엔씨)
1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한샘을 인수한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김유진(42) IMM오퍼레이션즈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IMM PE가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김 본부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IMM PE에 합류해 할리스에프앤비, 레진코믹스 등의 인수를 주도했다. 현재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자본시장 안팎에서 기업을 턴어라운드(흑자전환)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본부장은 2017년부터 3년간 할리스커피 대표를 역임하며 매출을 3배 가까이 늘리는 수완을 보였다. 2021년 6월 에이블씨엔씨 수장에 오른 이후에는 적자에 허덕이던 에이블씨엔씨를 흑자전환 시킨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02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한샘(009240)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유다.

미국계 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보유하고 있는 커피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신임 대표이사로 문영주 전 비케이알 대표를 선임했다.

문영주 투썸플레이스 신임 사장(사진=투썸플레이스)
제일기획을 거쳐 오리온 외식사업 계열사 대표로 15년간 근무한 문 대표는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를 한국에 오픈한 주역으로 유명하다. 2013년에는 버거킹 운영사인 비케이알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버거킹의 고속성장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투썸플레이스는 2020년 404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칼라일 인수 이후인 2021년 371억원, 지난해 25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커피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실적을 반등시킬 구원투수로 문 대표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이밖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보유한 락앤락(115390)도 이달 천해우 동남아영업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재호 대표 선임 9개월 만에 이뤄진 결정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어피니티는 2017년 인수 당시 주당 1만8000원에 락앤락을 인수했다. 그런데 현 주가는 60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인수 6년 차에 접어들며 엑시트(자금회수) 계획을 짜야 할 시기에 주가가 인수 당시 3분의 1토막 나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본시장에서는 PEF 운용사 인수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표 교체라는 사실상의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다 보니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고강도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C레벨 인사를 바꾼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새로운 분위기 조성도 있겠지만, 현재 직면한 문제 개선이란 뚜렷한 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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