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랬더니 손가락질 지적' 외교부, 실패 반복할 건가[데스크칼럼]

부산엑스포 유치전 분석 크게 실패한 것 드러나자
조태열 장관, 비밀 문서 공개 여부 따지며 본질 흐려
엑스포 유치전 대패는 온 국민 자존심 무너뜨린 일
원인 파악·재발방치책 내놔야 실패 되풀이 안해
  • 등록 2024-10-21 오전 5:00:00

    수정 2024-10-21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승현 정치부장] 지난해 11월 29일,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1시까지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발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엑스포 유치전에는 우리 부산시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도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부산은 리야드에 비해 1년 정도 늦게 유치전에 참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부처와 기업, 스타 연예인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유치위원회를 꾸려 총력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해 9월에만 60개국과 양자회담을 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일각에선 외교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기네스북에 등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해외 순방을 다닌 이유도 엑스포 유치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목발을 짚고 전 세계를 돌며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는 결과 발표가 다가올수록 이런 노력을 피력하며 가장 앞서나간 것으로 알려진 리야드를 맹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하고 2차 투표에서 역전할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과대망상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한덕수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엑스포 개최지 결과 발표 몇 시간 전까지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한 언론은 49(부산)대 51(리야드)까지 바짝 추격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새벽까지 잠을 설쳐가며 TV 앞에 있었던 이유다.

결과는 온 국민이 알다시피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였다. 충격적인 참패였다.

이후 필자는 엑스포와 관련된 정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왜 이런 잘못된 분석을 내놓은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납득할 만한 답을 듣기 어려웠다. 다만 외교부 측 인사들은 외교부는 정확한 정보를 올렸는데 윗선(대통령실)에서 정보가 왜곡되면서 장밋빛 전망으로 바뀌었을 것이란 얘기를 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외교부가 잘못된 전망의 주범일 수도 있겠다는 증거가 지난 7일 외교부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드러났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개한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재외 공관에 발송한 3급 기밀 문건에 따르면 ‘사우디의 120표 이상 확보는 절대 실현 불가능’, ‘1차 투표 치열한 접전, 2차 투표 한국 과반 득표’ 등의 판세분석 내용이 있었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외교부의 분석 능력이 처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더 놀라운 것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반응이다. 조 장관은 사과와 왜 이런 잘못된 분석이 나왔는지에 대한 답변 대신 기밀 문건 입수 경위를 따져 묻는데 주력했다. 그야말로 견월망지(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본다)이자 적반하장(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는 온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철저한 원인 분석과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산엑스포에 재도전하겠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난번 실패를 어떻게 만회하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특히 외교부는 잘못된 분석을 한 것이 드러난 만큼 원인 파악과 재발 방치책을 내놔야 한다.

조태열 외교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얀합뉴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