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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정규장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71.5원 급등했다. 변동성만 따지면 100원 가까이 움직였다. 지난 2일 개장가 1396.0원을 저점으로 27일 장중 1486.7원까지 뛰며 90.7원의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긴 것이다.
마지막 거래일 야간장 종가(새벽 2시)는 1470.5원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말과 비교해 5.03% 절하됐다. 절하 폭은 같은 기간 △유로(-1.48%) △파운드(-1.29%) △호주달러(4.72%) △위안(-0.70%) 등 주요국 통화보다 크다. 원화보다 절하폭이 큰 통화는 엔화(-5.23%)뿐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이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쉽사리 안정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운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공포 등 안건들을 두고 벌어지는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긴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최 권한대행이 기존 경제 사령탑 외에 외교와 국정 전반을 홀로 책임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로 1500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분위기를 봐서는 연초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비심리도 급락하는 등 국내 상황은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적인 일정이 확실해지지 않는다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갈 재료 자체가 없다”고 부연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5년 1월 채권시장 지표’에 따르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중 39%가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달 대비 1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환율 방어 수단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도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외환보유고 감소 흐름 속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개장 전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과도할 경우 단호하게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환율 급등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