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판단 후퇴]"정부 경고음은 금리동결 압박용" 시각

정부, 경제 우려요소 '물가불안'→'대외불확실성' 전환
"부동산대책 맞물리면서 금리인상 제동걸기 사전 포석"
  • 등록 2010-09-02 오전 8:03:00

    수정 2010-09-02 오전 8:20:17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오전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발언이 의외로 세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관계자는 "세계 경제상황은 (지난 4월)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큰 맥락에서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 "미국경제 지표가 최근 예상치를 밑돌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외 불안요인이 '갑자기' 고조됐다고 단언하긴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한국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을 경고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경제의 핵심 경계요소가 '물가불안'에서 '대외 불확실성'으로 전환되면서 다가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동결'을 압박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은 일단 겉으로는 정부의 갑작스런 메시지가 일상적인 정책경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9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같은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는데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MB-윤증현-김중수의 잇따른 경고 메시지

윤 장관은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세계경제 불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가 불안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대외불확실성에 대한 경보음은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지만 '세계경제 불안이 다시 살아난다' '불안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표현 등은 분명 이례적이고 강도높은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공교롭게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오버랩 되면서 파장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윤 장관의 모두 발언이 나온 이날 오전 비슷한 시각 김 총재는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 외 '다른 경제변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의 '코드'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김 총재가 '다른 경제변수'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윤 장관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루 앞선 이명박 대통령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언급도 이들의 발언과 동일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시기지만 외부적 요인은 불확실하다. 미국경제, 유럽경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도 불확실성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 핵심 우려요소 '물가불안'→'대외불확실성'으로 전환

정부는 올 상반기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꼽았다.
 
하지만 6월 중순을 고비로 불안의 초점이 대외 불확실성에서 물가불안으로 전환됐다. 윤장관은 "잠재적 물가압력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6월14일 연구기관장 오찬간담회) ..물가는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18일 조찬강연회) 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당시 시장에선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윤 장관이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출구전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실제 이같은 윤 장관의 메시지가 나온 뒤 처음 열린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17개월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메시지에 화답했다. 8월 금통위에서도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향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정책기조는 지난 7월부터 점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가불안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통상 이어지고 있지만, 특히 지난달부터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미국경기의 더블딥에 대한 경고음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울리는 모습이다.
 
미국 주택거래의 급감으로 다우지수가 장중 10000포인트선이 무너진 지난달 24일 이후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바로 그 다음날 경제정책 수장이 이를 뒷받침하며 시그널을 강하게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 "금리인상 제동걸기 위한 포석" 시각

물론 경제는 언제나 불확실성속에 휩싸여 있고 양태를 달리하며 불안요인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메시지는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경제의 불안요인이 '물가불안'에서 '대외불확실성'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의 이면에 담긴 정부의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가올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인상 가능성에 미리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재정은 이미 풀만큼 푼 상태에서 정부가 만질 수 있는 정책카드란 사실상 통화정책 밖에 없는 만큼 당분간 금리동결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불안요인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책엔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의 의도야 어떻든 지금과 같은 정책기류에선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상태에서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정책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불안의 핵심요인을 물가불안에서 갑작스럽게 대외불확실성으로 전환하는 이면에는 바로 정부가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정책카드인 정책금리의 인상가능성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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