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획일적 금융규제로 젊은층 주택소유 기회 차단"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가계부채, 집값상승 기대·우려의 자금 과수요 탓
금융당국만 고군분투...주택공급 뒷받침돼야
  • 등록 2021-08-26 오전 4:05:00

    수정 2021-08-26 오전 4:05:00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총량만 관리하는 획일적인 금융규제로 젊은층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중단 사태를 촉발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책에 대해 “시장 기능을 생각하지 않은 획일적인 양(量)적 규제로 금융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를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경영학장실에서 만나 가계부채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가계부채가 고삐 풀린 듯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나 우려로 자금 과수요가 발생한 탓”이라며 “주택공급 정책이 맞물려야 하는데 금융당국만 고군분투 하다 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획일적인 총량 관리보다는 ‘갚을 능력만큼 빌려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통한 선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금리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총평을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19와 저금리 상황, 자산시장 과열 등을 감안해 ‘B-’라고 답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다음은 신성환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가계부채는 어떤 상황인가. 예전부터 경제 최대 위험이라 해왔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이 넘었다.(올해 2분기말 1805조 돌파) 가계부채 이슈가 나온 지 20년 정도 됐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가계부채가 과다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땐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이었다. 지금은 104%(올해 1분기말 비율)로 GDP를 상회했다. GDP대비 절대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났는데도 가계부채가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은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는 이유는 이자율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채금액은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더 떨어질 룸(여지)이 없다. 가계부채는 커질 대로 커져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한계차주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거다.”

-한계 차주 상황은 어떤가.

“얼마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득 1분위(하위20%)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지난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줄었다) 이런 게 미국과 상황이 다른 거다. 미국은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분위, 5분위(상위 20%) 격차가 굉장히 커졌다.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얘기다. 한계 가구 상황은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악화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상태인데 금리가 인상되면 더 어려워진다. 직접적인 이자 부담 상승뿐 아니라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 타격을 줘 2차 부메랑 효과까지 준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했는데도 증가세가 가팔라진 이유는 뭔가

“자금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남아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의 일부는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위한 자금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 부분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본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다면 과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요를 조절해야 하는데, DSR 적용 확대와 주택공급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 지금은 금융당국 혼자 고군분투 하다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당국의 총량 관리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게 되면 직접적인 피해는 실수요자가 본다. 총량관리는 정책당국에서는 쉽다. 은행별로 할당하면 된다. 상당히 규제자 위주의 정책으로, 실수요자의 금융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총량관리는 당국 내부 가이드라인으로만 갖고 있어야 한다.”

-당국은 주담대처럼 특정 대출을 금지하라는 게 아니라, 약속한 총량만 지켜달라는 입장이다.

“그건 당국의 주장이다. 여러 가지 은행 행태를 보면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금융정책은 디테일(세부사항)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떻게 신용을 창출하고 어떻게 팽창을 제어할지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차주의 세부사항을 알고 있는 은행이 해야 한다. DSR로 대표되는 건전성 기준을 더 강화해 대출 증가 속도를 떨어트리는 게 고급정책이다. 기본적으로 건전성 규제인 DSR비율이 업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은행의 건전성 규제 수준을 올린다면 2금융권도 같이 올려야 한다”

-당국에서 은행과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내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자산시장 타격 받을까.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실수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으니 절대 투자하지 말라, 절대 집 사지 말라였다.’ 그런데 정부 얘기를 들었던 투자자는 지금 어떻게 됐나. 시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의 많은 행위가 정부가 내리는 판단보다 열등하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 버블(거품)이기 때문에 투자하지 말라는 판단을 정부가 그렇게 쉽게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자산시장의 버블 판단은 하기 어렵다. 버블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버블이 한순간에 꺼질 것인지도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금융회사 차원에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신용대출을 엄격하게 하라고 할 수 있지만, 자산시장에 흘러가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규제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금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우선 실물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지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주된 이유는 금융불균형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굉장히 낮아 자금이 위험자산쪽으로 쏠렸고 대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에 당연히 영향을 주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 가격이 안정화될지 의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받는다. 국제 통계를 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지수를 보면 최근 12개월 정도 미국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이 우리보다 더 높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피부로 느끼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매우 높은데 우리가 수도권에 살고 있어서다. 통화당국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한지, 적절한 시점인지 의문이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인상은 최후의 수단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노력해봐야 한다. 현 시점의 금리 인상은 경제에 위험요인을 증가시킬 수 있다. 위험관리 차원에서도 금리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신성환 교수는…

△1963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MIT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박사 △세계은행 선임재무역(1998/08 ~ 2001/03) △한국금융연구원장(2015/03 ~ 2018/03)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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