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현상으로 물류창고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물류창고 수요가 주춤하면서 공급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고 공실까지 발생하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소송전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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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높아진 공실률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공급 증가 영향으로 6.4%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이래 최대치”라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증가로 임대료 인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선매입 포기다. 선매입이란 준공이 마무리되면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일종의 사전 계약이다. 하지만 사전 매입시 가격보다 물류창고 가치가 예상보다 더 떨어지자 매도인 측 문제를 찾아내 매입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선매입 약정 시점 대비 현재 물류창고 시장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하면서 선매입 약정을 이행하기 되면 바로 손실 구간에 진입하니 매입 거부를 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스턴운용은 인천 뿐 아니라 안성 일축 저온 물류창고 선매입 확약 건에 대해서도 미이행 통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계약을 파기하면서 소송전으로 치달은 사건도 있다. 오뚜기(007310) 물류 계열사 오뚜기물류서비스(OLS)와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최근 경기도 파주시 대원리 물류센터 임대차 문제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뚜기가 물류센터 임차 확약을 철회하면서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확약 철회 이유는 당초 약정 시기보다 준공이 4개월 지연됐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준공이 늦어지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라면서 “단지 이 이유만으로 임차 확약을 철회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착공 지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젠스타메이트 부동산 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3분기 물류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수도권 내 1000평 이상 물류센터의 착공 건수는 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두 개 분기 연속 10건을 밑돈 것이다. 2021~2022년 수도권 내 물류센터 건축 인허가를 받은 전체 344개 사업장 중 43.3%에 이르는 149개 사업장이 현재까지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물류창고 공급이 마무리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망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 없다는 긍정론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까지 연평균 물류창고 공급량은 62만평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2~3배에 이르는 물량이 공급됐다. 다만 내년부터 공급량은 다시 70만평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21년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 이후 용적률 제한, 소방법 등 까다로운 인허가와 준공 조건이 추가돼 개발이 더뎌졌고, 작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오는 2024년부터 공급절벽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물류창고 시장 공급과잉 리스크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공실이 점차 하락하고 임대료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이 이어지다보니 신규 개발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 과잉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임대료 역시 결국 물가를 따라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