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인수·합병(M&A) 트렌드에 대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자본시장에 대형 딜(deal)이 자취를 감추자 ‘카브아웃(carve-out) 딜’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SK계열사 사업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등 굵직한 카브아웃 딜이 속속 나오면서 IB 업계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현금 창출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 인수가 지난 몇 년간 수익률을 보장했던 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카브아웃 딜이 M&A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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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아웃 딜은 대기업이 보유한 자회사나 사업부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기업 전체 사업부 가운데 특정 지분만 떼어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예컨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 계열사들의 사업부에 대한 관심이 시장을 달궜다. SK매직은 경동나비엔에 가전사업부 주방가전 사업(가스, 전기레인지, 전기오븐)을 매각했다. 이외에 다른 SK 계열사들도 카브아웃 딜에 집중했다. SKC는 폴리우레탄 자회사인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글랜우드PE에 매각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글랜우드PE는 SKC와 SPA를 체결한지 약 6개월만에 대금 4024억원을 납입해 올 초 거래를 마무리했다. 비슷한 시기 한앤컴퍼니는 SKC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문을 3600억원에 양수도하기로 확정계약을 맺은지 약 3개월만에 인수를 완료했다.
이 중 카브아웃 딜에 따른 엑시트 사례도 포함돼 있다. 일례로 글랜우드PE의 올리브영 지분 매각이 있다. 글랜우드PE는 CJ그룹에 2021년 3월 올리브영 지분 22.56% 4100억원에 인수했다가 최근 다시 CJ그룹에 7800억원에 매각했다. 투자 3년만에 내부수익률(IRR) 30%이 달해 37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M&A가 주춤한 상황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지난해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며 “그만큼 더 많은 자금이 하반기 카브아웃 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