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서 금리는 중요하다. 퇴직연금 특성상 원금 규모가 상당한 경우가 많은데, 원금 규모가 클수록 금리 차이로 인한 이자 차이도 꽤 크기 때문이다. 가입 기간까지 고려하면 이자 계산은 또 달라진다.
이에 퇴직연금 가입 및 운용은 금리를 포함해 만기, 수익률 등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퇴직연금 가입형태 중 개인이 직접 운용 가능한 DC형, IRP형에 해당하는 조언이다. DB형은 개인이 아닌 회사가 직접 퇴직금 재원을 운용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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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원리금보장형 상품 정보에 따르면 가장 높은 금리의 DC형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BNK투자증권이 제공하는 만기 1년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상품의 금리는 7.15%다. 1년 만기 기준으로 저축은행에선 대신저축은행이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6.3%로, 은행권 상품 중에선 수협은행이 4.94%로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11월 현재 6%대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 중이다. 증권과 비교하면 가입 기간이 긴 상품들의 금리가 더 높은 편이다.
생명보험사 중 하나생명이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하나생명의 5년 이율보증형 보험 상품 금리는 6.00%다. 이어 같은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양생명(5.91%), IBK연금보험·DB생명(5.50%), 교보생명(5.40%), 한화생명·푸본현대생명(5.20%), 삼성생명(5.10%), 신한라이프(5.05%) 순으로 금리 수준이 높았다.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개인이 따로 가입할 수 있는 IRP도 있다. 이는 노후 대비와 함께 연말 정산에서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개인 퇴직연금 상품이다.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 중인데 추가로 퇴직연금은 운용하고 싶다면 이 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다만 가입자가 중도 해지하면 16.50%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IRP 퇴직연금 상품 역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곳은 BNK투자증권(1년 만기·7.15%)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3년 상품을 7.00% 금리로 제공한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3년 상품에 각각 6.50% 금리를 설정했다. 은행과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약정금리를 주는 곳은 경남은행(5.30%), 하나생명(5년·6.00%)이다. 저축은행 중에선 애큐온 저축은행 3년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6.50%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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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금리가 무조건 높다고 해서 상품 가입을 추천하지 않았다. 퇴직연금 가입자 특성에 따라 맞는 상품이 따로 있어서다.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는 첫 번째 기준으로 ‘원금 보장’과 ‘수익 추구’를 제시했다. 투자에 있어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행)을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DC형 퇴직연금과 IRP에 포함된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 가능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로 불어나는 금액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한 저축은행에 9000만원을 넣어두는 것보다 저축은행 두 곳에 4500만원씩 가입해 두면 이자 혜택을 누리면서 원금 보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보다는 장기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한동안 지속하고 시장이 하락할 경우엔 무리한 운용과 상품 가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Fed(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이기긴 힘들다’는 말이 있듯, 기준금리 인상과 주식 시장 악화 영향으로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도 바닥을 기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장기간 불안정하거나, 미래 예측도 어렵다면 원금 손실이 높은 상품보다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은 금융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이 보장된다. 약정금리로 약속한 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매월 금리가 변동한다는 점, 해지 시 금리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은 주의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퇴직연금 가입 및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옥석 가리기’를 위한 꾸준한 관심과 공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근로자가 직접 운영한 결과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투자자 중 안정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노후자금으로 활용되는 퇴직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내외 거시적인 경제 상황과 상품의 금리, 수익률 등을 비교 분석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