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공개매수' 실패… 31일 주총에 운명 건다

마감일 기타법인 대량 매수에
주가 치솟아 40% 지분확보 차질
시세조종 의혹… 당국 "신속 수사"
주총 표대결서 의결권 확보 매진
  • 등록 2023-03-02 오전 5:30:00

    수정 2023-03-02 오전 5:30:00

[이데일리 윤기백 이은정 기자] 하이브(352820)가 공개매수로 에스엠엔터테인먼트(041510)(이하 SM)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시도가 사실상 불발됐다. 공개매수 마감일(2월 28일) SM 주가가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한참 웃돌아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장내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SM 지분 40%를 확보하려던 하이브의 계획은 차질을 빚은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주주총회뿐이다. 하이브는 이달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의결권 확보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 “시세 조종해 공개매수 방해”… 금감원 조사 착수

공개매수 마감일 SM 주가는 전일 대비 6.07%(7300원) 오른 12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12만원을 하회했지만 기타 법인이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타법인에서 장중 SM 주식 66만6941주(2.80%)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측과 연계된 기타법인이 SM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SM 주식의 2.73%에 달하는 65만주가 순매수됐다. 이날은 SM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인 13만19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날이었다.

이에 하이브는 SM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비정상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16일 IBK 판교점에서 SM 주식 전체 일일거래량의 15.8%에 해당하는 68만3398주(SM 발행주식 총수의 2.9%)가 매수됐다는 점을 들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1일 공개매수 기간 대량 매집 행위와 관련해 신속히 조사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SM의 자사주 매입 시도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SM은 지난달 2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3개년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에게 사후정산 됐을 프로듀싱 인세 추정금액인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자사주 매입을 함부로 승인한 SM 이사회, 배임적 행위를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할 감사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주총 올인… 카카오는 ‘물량 공세’ 준비

이제 하이브는 주주총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명 ‘SM 인수 TF팀’을 꾸려 주주총회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고, 기존에 한 곳이었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를 한 곳 더 추가하는 등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브 우호 지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 14.8%에 이수만(3.65%), 컴투스(4.2%) 지분을 더해 약 22% 정도를 우호 지분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는 ‘경영 전문성’, ‘투명성 확보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소액주주 의결권을 다수 확보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추가 공개매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대신 SM 주가가 12만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035720)의 공세도 만만찮다. 이수만이 낸 SM 신주발행 및 전환사채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높은 14~15만원대에 공개매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실탄도 충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1조2000억원 가운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이 지난달 24일 입금됐다. 카카오엔터는 1차 투자금 가운데 4500억원을 타법인 출자 용도로 쓸 계획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는 오는 6일 대금을 납부하고 SM 지분 9.05%를 보유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SM과의 사업협력 관계를 지키기 위한 목표를 갖고 움직일 것”이라며 “하이브의 이사회 장악 등을 방어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지분 확대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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