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은 신간 ‘먼 산의 기억’(민음사) 출간을 계기로 국내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에서는 국민 75%가 대통령에게 화를 내고 있다”며 “그들의 바람에 존경을 표한다. 원하는 것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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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먼 산의 기억’은 파묵이 늘 들고 다니던 8.5×14㎝의 몰스킨(브랜드명) 수첩에 14년간 쓴 일기와 그림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일종의 ‘그림 일기장’인 셈이다. 책에는 여행하며 겪은 일, 가족에 관한 일화, 글 쓰는 과정, 고국과의 복잡한 관계 등이 담겼는데, A4용지 크기로 제본됐다.
화가를 꿈꿨던 그는 스물두 살에 꿈을 접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강했던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틈틈이 수첩에 그림을 그렸다. 파묵은 “7살 때 어머니가 일기장을 선물해 준 후부터 일기를 써 왔다. 몰스킨에 쓰기 시작한 것은 노벨상 수상 이후”라면서 “일기는 가장 비밀스러운 나만의 세계이자,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쓰다 보면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밝혔다.
손바닥만 한 공책에 쓰는 이유를 묻자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기차를 타고 갈 때, 식사할 때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 아내와 외출을 하려고 할 때, 그녀를 기다리면서도 기록을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시간을 보내냐고 묻는데, 누구에게나 이런 틈새 시간이 있습니다.”
파묵은 1979년 첫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을 펴낸 후 대표작인 ‘내 이름은 빨강’(1998), ‘눈’(2002), ‘순수 박물관’(2008) 등을 써내며 2006년 당시 54세의 젊은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쉼 없이 하루 8~10시간 매일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 작가로서 어떤 큰 의미를 갖진 않는다며 “약간의 책임감”, “물론 상을 받은 후 새로운 독자들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게는 “‘채식주의자’(창비)를 읽었다. 터키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들을 구입해 놓았고, 곧 읽을 것”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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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준비하는 소설의 제목은 ‘첫사랑’. 꽤 많이 썼는데 6개월 정도 멈췄다가 쓰고, 다시 다듬기를 반복 중이라며 한국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끝맺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차기작을 소개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서기 어려운 동시대 독자들을 향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믿기 바랍니다. 공책과 홀로 남으세요.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말고 부끄럽더라도 계속 쓰십시오. 글을 쓰는 동안 서서히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