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현오석 標’ 정책마케팅의 한계

  • 등록 2014-02-17 오전 6:00:00

    수정 2014-02-17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정책홍보는 전문적인 마케팅 활동이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일환이다. 상품을 잘 만들어도 홍보가 잘 되지 않으면 빛을 보지 못하듯 훌륭한 정책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정책홍보를 가볍게 여기는 건 기업이 기본적인 경영활동을 백안시하는 것과 같다.

정책홍보가 관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총리도 장관들도 경쟁적으로 정책홍보를 주문한다. 윗선의 지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체급을 높여 부처 대변인을 고참 국장급으로 대체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거나 마찬가지” 선의(善意)의 정책 의도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질타에 대한 호들갑스런 반응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관점의 전환이다. 상품의 설계· 제작· 판매 일련의 전 과정을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단하는 패러다임의 이동이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입장이 아닌 고객인 이해관계자의 입장, 바로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그 내용과 효과를 설득하는 작업이다. 조원동 경제수석의 ‘거위 깃털론’, 현오석 부총리의 ‘정보유출 책임론’은 모두 국민들의 감정선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자 시각의 전형들이다.

정책은 삼위 일체의 완벽한 화음으로 울려퍼진다. 이성을 파고드는 명쾌한 논리, 감성을 자극하는 간결한 레토릭, 핵심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전파하는 조직적인 선전전. 모두 제품(정책)의 특장점을 포장해 국민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인하는 전략적인 접근법이다.

정책은 그러나 그 자체의 진가(眞價)만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 수 없다. 정책책임자의 브랜드 가치와 적절히 결합될때 그 효과는 배가된다. 공급자의 이미지는 곧 제품의 가치와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책책임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정책효과는 반감되는 법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정책책임자라기 보다는 훈수꾼으로 보일때가 많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도 여야 의원들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며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공기업 개혁 등 각종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대척점에 있는 이해집단을 찾아 치열하게 설득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기치 않은 실언으로 불필요한 잡음을 야기하는 장면은 정책을 파는자가 아닌 심판하는 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의 모습으로 굴절돼 비쳐진다.

로버트 루빈은 정책홍보의 달인이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대변인” 그는 회고록에서 재무장관 시절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했다. 루빈이 미국 역대 최고의 재무장관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건 정책의 생산자로서 그리고 판매자로서 자신의 미션을 분명히 인식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정책홍보전의 최일선에서 정책을 효과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는 ‘최고의 세일즈맨’은 바로 해당 부처 리더들이다. 생산자이자 판매자로서 무한책임을 지는 정책의 사령탑들. 이들의 브랜드는 곧 정책의 가치와 연결되고 이들의 이미지는 해당 정책, 기관, 한발 더 나아가 정권 전체의 심상(心象)으로 국민들의 눈에 투영된다.

각종 경제정책이 혼선을 야기하고 불협화음을 낸다면 홍보전의 실패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정책 그 자체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는 경제팀에 대한 불신과 관련 있는지 모른다. 정책고객인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원성을 사고 급기야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경고까지 받은 ‘식물부총리’. 신뢰를 상실한 정책책임자가 제공하는 정책이 과연 국민들의 머리와 가슴속을 깊이 파고들 수 있을까. 국민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호응은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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