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출신 법률가인 황규호(변호사시험 2회)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성범죄를 넘어 재산범죄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특히 실시간 영상통화 조작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교제를 빙자해 거래 대금 등을 가로채는 신용 사기) 등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년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문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인공지능(AI) 법제연구단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황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같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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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변호사는 “최신 딥페이크 기술은 단 1장의 사진만으로도 실시간 영상 조작이 가능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프로필 사진 하나로도 다양한 가짜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데, 한마디로 ‘기술 장벽의 붕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특히 재산범죄 측면에서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로펌 홈페이지에 게시된 변호사의 프로필 사진만으로도 “나는 황규호 변호사입니다”라며 완벽한 사칭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본인 인증’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해왔던 것처럼, 이제는 온라인상의 사진이나 영상에도 그 사람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엑스(X·옛 트위터)의 인증마크처럼 사진이나 영상에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정보를 심어두는 방식이다. 그는 “인증마크를 클릭하면 블록체인 아이디가 나오는 식으로 구현하면 위조가 불가능하다”며 “실제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은 정품 인증에 이미 이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딥페이크 범죄 수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 서버를 통한 유포다. 특히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메신저의 경우 수사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그는 “국제 수사공조 요청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플랫폼들은 보통 2주 지나면 자료를 자동 삭제하는데, 공조 수사가 이뤄질 때쯤이면 이미 증거가 사라져버리기 일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통한 국제 사법 공조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사이버범죄 관련 세계 최초 국제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지난 2022년 10월 가입의향서를 제출했다. 법무부와 외교부는 협약 가입 요건인 보전명령 제도 도입을 위해 연내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황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예방적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 보안 문제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방어는 없지만, 블록체인 기반 인증 시스템 같은 예방적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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