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력잃은 의료개혁, 원점 재논의로 의ㆍ정갈등 풀어야

  • 등록 2025-01-10 오전 5:00:00

    수정 2025-01-10 오전 5:00:00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정지되고 내란 혐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정부 의료개혁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반면 의료계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강경파를 새 회장으로 선출하고 의대 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의 중단을 다시금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면서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이 변곡점을 맞은 셈이다.

의협은 2~8일 실시한 회장 선거에서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의협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회장은 의·정갈등을 둘러싼 현 상황을 “폭주 기관차의 기관사가 하차한 상태”라고 표현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폭주 기관차가 멈출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거 전후에 일관되게 “대통령이 직무정지됐으니 그가 추진했던 모든 정책은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을 전면 중단하고,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주장은 대다수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한 것이어서 정부가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아직은 기존 의료개혁 정책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에 취임한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은 상태에서 정부의 그런 입장에 힘이 실릴 리 없다. 국민 여론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유명순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하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증원 시기와 규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29.0%)는 응답이 ‘동의한다’(27.2%)는 응답보다 많다. 의료개혁 정책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던 종전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된다. 국민들이 의료개혁 정책에 회의감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젠 의료개혁 정책 전체의 원점 재논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의대 증원 중단부터 선언해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어 개혁 정책 전반에 걸쳐 의료계와 함께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의료계도 재논의에서는 직역 이기주의만 내세우지 말고,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 시스템 발전이라는 공익에도 관심을 쏟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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