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날개를 펴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잠재 매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조 단위 빅딜이 속속 체결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공개매수를 통한 M&A로 시장 열기가 뜨거워진 덕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타고 새로운 매물에 이어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해 시장에 쌓여 있던 매물마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눈치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에 움츠러들었던 알짜 매물들이 시장에 하나 둘 등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일각에선 M&A 본 게임에 시동을 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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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매물은 기업가치가 11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이다. HMM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해양진흥공사와 HMM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용역 수행기관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보유 지분은 각각 20.69%와 19.96%이다. 기업가치만 순수하게 놓고 볼 때 거론되는 매각가는 4조 원을 웃돈다.
앞서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2조 68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 비율은 70%를 웃돌게 된다. 결국 매각가가 두 배로 뛰어오르며 인수자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M&A 업계 분위기 변화…기대해도 좋을 것
이 밖에 버거킹과 한국맥도날드, 맘스터치 등 버거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식음료(F&B) 분야의 경우 현금 창출력은 꾸준하지만, 시장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을 뿐더러 기존 역량에서 ‘플러스 알파(+α)’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M&A 시장이 서서히 무르익더라도 F&B 특성상 그 누구도 ‘쿨하게’ 인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누가 가져가는가’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동원산업은 매물로 나온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위해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실사에 돌입했다. 보령바이오파마 실사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고 가격 및 조건 협상 과정을 거쳐 인수 여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특정 투자 컨소시엄의 자금조달 실패로 주춤했던 FCCL(연성동박적층판) 제조업체 넥스플렉스도 다시 시장에 등판했다. 지난해 말부터 광폭행보를 보이며 시장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MBK파트너스가 현재 넥스플렉스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 측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가로는 5500억~6000억 원 수준이 거론된다. MBK파트너스는 이 중 절반 가량을 키움증권이 제공하는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 시장 상황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M&A 업계 분위기 만큼은 변화가 있다”며 “그간 움츠러들었던 매물들이 시장에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매자들 또한 참아왔던 인수 의지를 이제서야 폭발시키듯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기대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말이 종종 들리는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