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도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M&A 때 정부심사 받는다

이창양 산업장관, 산업기술보호위 열고,
‘기술보호 사각지대 해소’ 개정안 공개
  • 등록 2023-05-31 오전 1:17:15

    수정 2023-05-31 오전 1:17:1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에 있는 외국계 사모펀드라도 반도체나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인수·합병(M&A) 땐 정부의 기술보호 심사·승인을 받도록 규정이 바뀐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43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에 대응해 현행법으로 막기 어려운 기술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정부는 이를 올 7월 입법예고와 규제 심사, 대통령 재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산업기술보호위원장)이 30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3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산업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M&A 때 정부가 심사·승인이 필요한 대상을 현행 외국인에서 이중국적자나 외국인의 지배를 받는 국내 사모펀드로 확대한다. 외국인이 현행법망을 우회해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취지다. 같은 이유에서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의 국내 이전도 해외 이전 기술의 재이전도 기술수출로 간주해 정부 심사를 받도록 했다.

또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면 정부에 등록할 의무를 부여하고, 정부가 기업에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판정받도록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규제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국가핵심기술 등록을 꺼리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기술유출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막고자 범죄 구성요건을 현행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바꾼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현행법은 목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범죄자가 국가핵심기술을 빼내 해외로 건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외에서 사용할 목적까지 입증해야 범죄가 성립하기에 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를 고의범으로 바꾸면 목적을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기업은 지금까지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의약품 해외 인허가를 받거나 해외 자회사 공동 연구를 위해 해외로 보낼 때마다 기술수출 심사를 받아야 했으나 산업부는 7월까지 산업기술보호지침 관련 조항을 개정해 이 같은 사례에 대해선 연간 포괄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해외 특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수출 심사 역시 신속 처리한다는 내용도 새 지침에 포함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기술보호위원장)은 “정부는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는 해소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 급변하는 기술보호 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기술보호위는 이날 6건의 수출승인을 의결했다. 생명공학 기업 A가 해외 보건당국에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고자 진행하는 기술 자료 제공 3건과 자동차 기업 B의 자율주행차용 제품 납품을 위한 기술자료 제공 1건을 승인했다. 또 국내 조선-해운사 간 해외 중재절차 대응을 위한 기술자료 반출 2건을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및 결과 보고 등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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