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팔도비빔면Ⅱ와 변우석 (사진=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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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등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눈앞에 놓았다. 겉보기 크게 다르지 않아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첫술을 뜨고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제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맛과 식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수라 백작 같은 느낌이다. 물론 본질적인 부분은 같다. 간장과 후추의 매운맛과 해물의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그래도 원조인 팔도비빔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 팔도의 팔도비빔면Ⅱ 제품, 오른쪽이 뜨겁게 왼쪽이 차갑게 조리한 제품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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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가 팔도비빔면 출시 40년 만에 공식 후속작을 내놨다. 바로 ‘하이브리드’ 팔도비빔면Ⅱ다. 이름처럼 뜨겁게 혹은 차갑게 두 가지로 조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팔도비빔면Ⅱ라고 기존 팔도비빔면의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번 제품은 고추장이 아닌 간장과 소금 후추를 기본으로 맛을 냈다. 소스의 변화에 따라 면발도 원조제품보다 두 배 정도 두껍다.
독특한 콘셉트가 이슈가 되면서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선재업고 튀어’라는 드라마로 인기 고공행진 중인 배우 변우석을 모델로 발탁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팔도에 따르면 제품은 지난 8일 출시 이후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1초당 2개 이상이 팔린 수치다.
| 뜨겁게 조리한 제품은 볶음면처럼 꾸덕하고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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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제품을 구매해서 맛을 봤다.
편의점 기준 가격은 개당 1400원으로 기존 팔도비빔면(1100원)보다 300원 비싸다. 4개입 묶음 상품 가격은 3980원이다. 중량은 130g으로 팔도비빔면과 같았지만 열량은 515㎉로 기존 팔도비빔면(530㎉)보다 낮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리법이다. 차갑게 뜨겁게 모두 700㎖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건 같았지만 면을 익히는 시간이 달랐다. 차가운 방법은 5분 30초, 뜨거운 방법은 4분이었다. 면은 마치 칼국수 면을 연상시켰다. 소스에는 후추와 고춧가루로 보이는 입자들이 오밀조밀 섞여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 뜨거운 버전은 은은하게 올라오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고추장이 주는 일반적인 매운맛은 아닌 ‘화한’ 느낌이다. 마늘 엑기스 등이 첨가된 영향으로 보였다. 별로 안 매울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신라면보다 맵기가 강했다. 꾸덕한 볶음면의 식감도 강점이다.
| 뜨거운 제품(오른쪽)과 차가운 제품 모두 당근 미역 등 풍성한 건더기가 먹는 맛을 더 배가 시켜준다. 해물맛 기반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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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버전은 또 다르다. 후추와 고춧가루의 입자가 섞이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다 보니 더 강렬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면이 찬물에 움츠러들면서 꼬들꼬들함이 배가 된다. 무엇보다 풍부한 건더기가 먹는 맛을 배가시킨다. 당근 미역 건조 고기가 어우러지는 색감도 좋다. 차가운 버전, 뜨거운 버전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하기는 개인 취향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것 같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익숙한 맛이 아니다 보니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면이 두꺼워 빨리 물리는 감도 있다. 같은 중량인 팔도비빔면은 한 개를 먹으면 부족한데 팔도비빔면Ⅱ는 한 개로 족했다. 기대치가 팔도비빔면에 맞춰져 있다 보니 먹으면서 계속 비교를 하게 된다. 팔도비빔면 타이틀을 달지 않고 별도의 개별 상품으로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팔도비빔면Ⅱ가 가진 상징성은 크다. 계절면이라는 수식어를 극복한 제품이어서다. 과거에는 ‘비빔면은 여름, 국물라면은 겨울’이라는 소비자 선호가 명확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점차 모호해지는 추세다. 팔도비빔면Ⅱ는 이런 트렌드를 잘 읽어낸 제품으로 평가된다. 소비자에게 조리의 선택권을 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