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3단계 이전에 맞춰 세종시에 집을 구하러 온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 A씨. 그는 10여 군데 공인중개사를 둘러 본 뒤 결국 집구하기를 포기했다. A씨가 원하는 집은 23㎡~33㎡(7~10평) 수준의 오피스텔. 다달이 50~80만원의 월세를 지불하기 부담스러웠던 A씨는 오피스텔 전세를 찾아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월세밖에 없다”였다. 그나마 몇 개 없는 물량도 계약금을 걸어놓지 않았더니 하루 만에 동이 났다. 결국 A씨는 당분간 서울 집에서 출퇴근하기로 했다. 그는 “몸은 피곤하겠지만 출·퇴근으로 버텨볼 생각”이라며 “근무 중에 틈틈이 전셋집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시에 오피스텔 전세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워낙 물량이 없다 보니 며칠 사이 전셋값이 1000만원씩 뛰는 일도 생긴다. 전세 물량 자체가 적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일부 공무원들은 대안으로 작은 평형대의 아파트 전셋집을 구해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물량이 없다. 상대적으로 99㎡(30평)형대 중대형 아파트 전세 물량이 많다보니 33㎡(10평)형대나 99㎡(30평)형대의 전셋값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많은 것은 A씨처럼 홀로 내려오는 공무원과 언론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녀가 초등학생 나이만 돼도 교육환경, 문화여가시설 등이 열악한 세종시에 가족 단위로 내려오는 걸 꺼려한다. 그렇다고 월세로 집을 구하자니 한 달 50만원 이상 들어가는 ‘목돈 지출’이 부담스럽다.
오피스텔 전세 품귀 현상은 ‘3단계 기관 이전’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이전을 통해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우정사업본부 △한국정책방송원 등이 세종시에 둥지를 튼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이들 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만 2292명. 여기에 산업연구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직업능력개발원 등 11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직원 2335명도 세종시로 이전하게 된다.
오피스텔 전세를 구하다 포기한 일부 공무원들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99㎡(30평)형대 아파트 월셋집을 구하기도 한다. 최대한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궁여지책이다. 한 공무원은 “다음달부터 99㎡(30평)형대 아파트에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거처하기로 했다”면서 “한 달 20만원 정도가 들어 큰 부담은 없는데 같이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