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치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는 다르다. 대선후보 박근혜에겐 신뢰가 정치적 동력일 수 있지만 정책결정의 최고 책임자 박근혜에겐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란 직책은 선거때 표심을 얻기 위해 내걸었던 공약들을 모두 실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국민행복시대’를 기치로 내걸었다. 출산·보육부터 노후 대비까지 모든 세대의 걱정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공언했다. 20개 분야 201개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모두 131조원에 이르는 계산서도 친절히 첨부했다.
청구서에 적시된 돈은 그러나 공짜가 아니다. 모두 국민들의 지갑에서 나와야 한다. 성장을 통해 세수가 늘지 않으면 재원마련은 사실상 어렵다.
박 당선인의 복지전략은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갈 성장전략이 수반되지 않은 ‘반쪽짜리 플랜’이다. 동력이 뚝 떨어진 경제에 엔진을 어떻게 장착하고 불을 붙일지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결핍을 채우는데 초점을 맞춘 201개의 복지공약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으면 한다. 성장과 복지가 공존하는 국가발전전략의 틀 내에서 전체 공약을 전면 재조정한 후 우선순위를 정해 차례차례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주겠다’고만 했지만 이젠 ‘참아달라’고도 해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폐기될 수 있는 공약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복지라는 통합적인 국가발전전략 내에서 ‘박근혜표 복지’는 완성될 수 있다. 그에 따른 실천계획이 면밀히 제시될때 국민들은 울림과 설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야 ‘정치인 박근혜’ 뿐 아니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신뢰도 진정 빛을 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