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권가는 올해 실적 전망치 하향 추세는 서서히 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나 원·달러 환율 상승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자동차주의 올해 실적 눈높이는 조금씩 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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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신한투자증권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4%의 상장사(시가총액 기준)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62.5%에 달하는 기업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증권가의 전망치 수준의 실적을 달성한 기업은 13.0%였고 증권가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기업은 24.5%에 불과했다. 4분기 대다수 기업들이 성과급이나 인수합병(M&A) 대금 등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는 ‘빅배스’를 하는 점을 감안해도 부진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4분기 실적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부터 예상치(6조8737억원)를 37.4% 밑도는 4조30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우울하게 시작한 바 있다.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275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4534억원)를 47.6%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원·달러 환율 변동 속에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전망치 하향세 둔화…코스피, 가격 부담 덜 듯
실적 전망치 둔화세가 완화하면 코스피의 상승세도 커질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저조한 기업 실적에도 연초 미국의 금리인상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이에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6배까지 올라간 바 있다. 역사적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이 13배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전(2007년 7월)과 코로나19 쇼크 이후(2020년 8월) 두 번뿐이다. 이에 증권가는 코스피 과열 우려에 경고음을 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적 둔화세가 완화하면 코스피는 더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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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종도 원·달러 환율 강세 속에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0조315억원으로 한 달 사이 0.2% 늘었고 기아차(00027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1.3% 늘어난 8조777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올해 실적 추정치 하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받는 종목들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5054억원 수준으로 한 달 전(16조8966억원)보다 2.3% 축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000660)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7조9500억원으로 한 달 전(-7조4991억원)보다 적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와 화학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반도체 역시 하향 조정 속도는 둔화하긴 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서 “반도체 업종이 국내 기업이익 레벨을 결정하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