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 ETF 점유율 30% 나란히…사상 처음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05조7824억원이다. 이중 삼성자산운용의 ETF는 42조2385억원 규모로 시장 점유율 39.93%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9조4418억원(37.29%)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점유율 앞자리가 동시에 ‘3’을 기록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브랜드로 2002년 개화한 ETF 시장을 선점하면서 독주체제를 이어왔다. 2010년 말 6조원 규모의 ETF 시장에서 53.85%(3조2620억원)의 점유율을, 이후 2020년 말에도 50조원 규모로 성장한 시장에서 51.98%(27조506억원)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 활황을 맞은 2021년 말 점유율이 42.47%로 감소했고, 2022년 말 41.96%까지 줄었으며 100조원을 돌파한 올 상반기 말엔 40.80%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ETF 시장으로 진입하는 운용사가 늘어나고 상품 경쟁이 치열지면서 점차 파이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TF 시장에 진출한 운용사는 2010년 12곳에서, 올해 23곳으로 10여 년 만에 2배 늘었다. ETF 상품 수는 이날 760종목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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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올해 약진이 두드러진 중형 운용사의 성장 행보도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TIGER 브랜드로 ETF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1년 보수와 운용 성과를 발판 삼아 TIGER 200 등을 기관투자가 투자 수단으로서 존재감을 키웠고, 점유율 10%대에서 20%대에 안착했다. 이후 캐나다, 미국의 ETF 운용사를 인수해 글로벌, 테마형 ETF 상품 라인업을 국내에 이식하며 지난 2021년 점유율 30%대에 진입했다. 이후 금리형·채권형 ETF 성장에 힘입어 점유율이 현재 37%대까지 늘었나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2.64%포인트로 좁혔다.
중형사들의 존재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3위인 KB자산운용까지 1~3위의 점유율은 모두 감소를 나타냈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0.88%P), 한화자산운용(+0.88%P), 키움투자자산운용(+0.24%P), 신한자산운용(0.94%P) 등 중형 운용사들은 모두 파이를 키웠다. 또한 테마장세 속 ‘히트 상품’을 낸 운용사들의 순위 지각변동도 잇따랐다.
운용업계 “숫자보다는 철학…혁신은 승패 열쇠”
운용사들은 치열한 경쟁에도 ‘숫자’보다 ‘철학’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이 2030년까지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점유율보다는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상품 출시와 시장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 점유율에 연연하기보다는 글로벌 ETF 플레이어로서 투자 자산의 증식을 위해, 혁신 성장의 원천이 되는 글로벌 기업과 전략을 지속 발굴하고 연금투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투자자들과 동맹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ETF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며 글로벌 ETF의 주축인 미국의 사례도 관심이다. 미국의 첫 ETF이자 세계 최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추종 상품인 ‘SPY’(티커명)를 상장한 미국 ETF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SSGA)는 블랙록과 뱅가드에게 순위를 내준 지 오래다. 후발주자들의 저보수 전략과 전통적인 대표지수 상품 외 다양한 레버리지·테마형이 자금을 빨아들이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