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 농심 신라면 툼바 봉지면, 액상과 파마산 치즈 등이 첨가된 소스가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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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하고 꾸덕한 소스가 고소한 면발과 어우러지며 계속 ‘흡입’하게 한다. ‘투움바 파스타’를 만든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이다. 강한 매운맛 일변도인 기존 볶음면들과 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신라면의 정체성인 매콤함은 살아 있다. 기존처럼 강렬한 매운맛의 볶음면을 기대하는 고객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감각적(?) 매운맛을 원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다.
농심(004370)이 이달 봉지면 신제품으로 ‘신라면 툼바’를 출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디슈머 레시피로 유명했던 ‘신라면 툼바’를 정식 제품화한 라면이다. 모디슈머는 자신만의 재료와 방법으로 레시피를 재창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신라면에 우유,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 게 신라면 툼바 레시피였는다. 유명 유튜버 등의 먹방이 이어지며 입소문을 탔다.
화제의 레시피가 상품이 됐다는 소식에 제품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 9월 출시한 컵라면인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은 출시 한 달여 만에 300만개나 팔렸다. 이후 지난 11일 선보인 봉지면 신라면 툼바도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봉지면에 다양한 토핑을 추가한 조리 인증 사진이 퍼지면서 온라인 언급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농심측 설명이다.
| 자극적이지 않은 매운맛과 꾸덕함의 조화가 강점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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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인기를 느껴보기 위해 제품을 구매해봤다. 가격은 대형마트 4입 멀티팩 제품 기준 4580원이다. 개당 1100원 꼴이다. 외관상 베이지 톤 포장지와 매울 ‘辛’(신) 한자가 눈을 사로잡는다. 내부에는 액상 소스와 파마산 치즈가 들어있는 분말 소스가 있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물 600㎖를 넣은 뒤 3분간 끓여주고 물을 8스푼만 남긴 후 소스와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한 젓가락 넣으면 입속에 매콤함과 꾸덕함이 차오른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신라면 정도 맵기다. 기존 불닭볶음면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특유의 맛은 유지했다. 이런 매콤함과 느끼함의 균형이 강점이다. 이 덕에 물리지 않고 한번에 다 먹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맛과 식감을 뒷받침하는 것은 면이다. 액상 소스와 치즈 소스가 스며든 면이 고소하고 담백한 뒷맛을 낸다. 접시에 플레이팅을 제대로 하면 마치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그럴싸한 느낌이 난다. 별도로 파슬리, 냉동 새우, 마늘을 썰어 넣으면 풍미가 훨씬 배가 될 것 같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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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건더기가 부실한 편이다.
툼바 큰사발면은 건조 버섯과 마늘 등이 건더기 스프가 있지만 봉지면은 따로 없다. 소비자의 자유로운 모디슈머 레시피 개발을 염두한 ‘여백’으로 느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막상 면만 그릇에 담겨 있으면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다. 불닭볶음면의 ‘킥’과 같은 김가루 같은 ‘포인트’가 없다.
그럼에도 충분히 소비자들의 니즈가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제조사인 농심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입소문만 잘 탄다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 것 같았다. 너무 맵지 않으면서 치즈의 풍미가 살아 있어서다. 평소 식사처럼 즐길 수 있다.
농심이 신제품으로 투움바를 선택한 것도 해외 시장을 고려한 출시라는 분석도 있다. 농심은 곧 해외에도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신라면 툼바가 불닭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하나로 농심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지난 2분기 8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농심의 영업이익(437억)을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특히 삼양식품(003230)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농심 입장에선 불닭의 대항마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