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담배 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에쎄, 원, 디스플러스 등 국산 담배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담배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재기’ 때문이다. 2주 후면 2500원하던 담배가 4500원으로 2000원이나 뛰니 너도나도 담배를 미리 사 쌓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6일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고시 개정’을 통해 도·소매점에 대한 담배 공급량확대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 애연가들이 원하는 담배를 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104%제한 폐지됐지만 실효성 없어..정부, 담배 공급량 정확히 몰라
정부의 담배 공급 확대 조치의 핵심은 ‘104% 제한룰’의 폐지에 있다. 지금까지 담배 도·소매점 들은 기존 담배 매입량의 104%를 초과해 담배를 공급 받을 수 없었다.
쉽게 말해 담배 100갑을 판매하던 편의점은 다음달에 담배를 최대 104갑 밖에 공급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룰이 폐지되면서 110갑이나 120갑도 신청해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담배 품귀현상이다.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담배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도 담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유통 과정상에 적체됐던 담배를 공급하는 수준”이라며 “최근 사재기까지 하는 소비자들의 늘어난 담배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통과정상에 적체된 담배가 얼마나 되는지 다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며 “다만 104%룰 제한으로 담배가 있어도 받지 못하는 도소매점의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도소매점도 사재기 동참
최근 담배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담배 판매점인 도·소매점도 담배 사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주인이 현재 2500원짜리 담배를 팔면 250원 정도 마진이 남지만 지금 팔지 않고 내년에 팔면 2000원이 추가로 남게 돼 담배 사재기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가 단속에 나선다고 하지만 도·소매점의 담배 사재기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담배 공급물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없는 동네구멍가게는 말할 것도 없고 담배 공급물량을 전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편의점도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A편의점 관계자는 “담배 수요가 지역, 점포마다 달라 왜 특정 담배의 재고는 늘 차이가 난다”며 “점주의 담배 빼돌리기를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담배가격을 올리면 기준 시점 이전에 생산된 담배 처리 문제가 생긴다”며 “사재기 우려에도 불구 특정일 기준으로 담배 가격을 일괄인상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급도 안되고 단속도 안되고..소비자만 피해
담배 공급도 충분히 안되고 담배 사재기 단속도 안되는 상황에서 담배 품귀 현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한 번에 2000원이나 오르는 담배가격 때문에 심기한 불편한 애연가들은 연말까지 피고 싶은 담배를 쉽게 살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한 애연가는 “담배 사재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담배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지니 원하던 담배를 찾으면 3~4갑씩 산다”며 “담배값 인상 때문에 사재기까지 해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말했다.
담배 사재기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 한 담배 품귀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단속 강화만을 외칠 뿐 별다른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특정일을 기점으로 그것도 2000원이나 가격을 한번에 올린다면 정부는 담배 사재기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며 “정부는 담배 사재기 현상을 내년 1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풀릴 문제로 다소 안이하게 보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