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업계 “시장 키워야” vs 금융위 “제2 코인시장 안돼”

2023 이데일리 STO 포럼
‘토큰증권과 금융혁신’ 좌담회, 머리 맞댄 민·관·학
업계 “유동성 확보해 시장 키워야…규제완화 필요”
금융위 “발행·유통 분리 원칙…이해관계 상충 안돼”
  • 등록 2023-03-03 오전 5:00:22

    수정 2023-03-03 오전 5:00:22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토큰증권발행(STO)과 관련해 업계와 정책당국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업계에선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을 키우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투자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정책당국은 STO 시장이 제2의 코인시장이 돼선 안 된다며 규제 완화는 시장이 안전하게 정착된 이후 논의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데일리 STO 포럼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이정엽(왼쪽부터)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좌장으로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팀장,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 조찬식 펀블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가 ‘STO를 통한 금융혁신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업계 “STO 허용 긍정적…수익성·유동성 우려 남아”

2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개최된 ‘2023 이데일리 STO 포럼’에서는 ‘STO를 통한 금융혁신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증권업계와 조각투자업계에선 STO의 제도권 입성이 확장성과 금융 디지털화, 시장 불확실성 해소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디지털자산TF를 구성한 미래에셋증권의 류지해 디지털자산TF팀장은 “투자계약증권은 확장성이 있어 대체불가토큰(NFT)과 연계한다거나 비금융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금융업에 투자의 즐거움을 더하고 투자와 소비를 연결하거나 증권업을 본질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SK증권과 STO를 협의 중인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플랫폼 펀블의 조찬식 대표도 “혁신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에 투자가 어려웠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시장이 빨리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인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신증권의 홍재근 신사업추진단장은 “투자자 보호나 공정성, 고객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이해상충 문제가 보장되는 장치를 충분히 검토해 향후 시장을 같이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STO 시장이 소액투자를 전제로 형성된 만큼, 시장 규모가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보장되려면 거래량이 수반돼야 하는데, STO를 장외유통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할 경우 투자자가 이용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행과 유통을 분리시킨다는 금융당국 원칙이 투자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은 “증권신고서 서식이 소규모 스타트업의 자본조달에 있어 허들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예탁결제원이 증권발행 심사를 꼭 할 필요가 있느냐도 업계의 관심”이라며 “장외거래중개업자를 통한 거래에 투자 한도를 두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신설될 STO 거래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도 쟁점”이라고 짚었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도 “STO에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토큰화만 한다고 유동성이 생기는 건 아니며 기존 증권사가 소규모 벤처 토큰을 조달해줄까 하는 의문도 있다”고 했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이윤길 금융감독원 증권발행제도팀장이 이데일리 STO 포럼에서 발제를 맡아 발표했다. 좌담회 패널로 참석한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팀장(맨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 조찬식 펀블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금융위 “자본시장 발전 목적…발행·유통 분리가 원칙”


금융위는 STO 허용 취지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반영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자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분산원장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적인 흐름을 증권 제도에 반영해서 기존 증권을 더 쉽게, 더 다양한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해서 제도권으로 들여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토큰증권에서 불가능했던 안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분산원장을 기재방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불확실성을 안고 거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분산원장이라는 기술에 쓰인 것도 증권의 권리기재 방식으로 인정하겠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STO에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하고 전자등록기관(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심사하고 발행총량도 관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직접 토큰증권을 등록·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해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계약증권·비금전신탁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이 과장은 “상장시장은 시세를 형성하고 불공정 거래 등 시장감시에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높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도 필요하며, 토큰증권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발행과 유통을 엄격히 분리해서 이해관계 상충을 막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과장은 “코인의 경우 발행자가 몇 개를 발행했는지 모르고, 자기 주머니에 몇 개가 있으며 몇 개가 유통되는지도 모르는 문제들이 있다”며 “예탁원에서 이 증권이 외형적으로 증권 성격을 띠고 있는지 여부와 얼마가 발행됐고, 얼마가 유통되는지 숫자를 체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증권신고서를 받고 이것이 어떻게 발행되고 유통되는지에 대해 투자자에게 알릴 것”이라며 “STO 시장이 건전하게 형성되도록 업계에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디지털가상자산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품거래법상 불공정거래 규정이 없어 대량으로 유통되는 디지털자산에 대해 사기죄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며 “디지털가상자산법이 빨리 통과돼야 가상자산법과 디지털자본시장과의 규제차익이 해소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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