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의 크레딧 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업계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얀 도화지에 점 하나 찍는 것이 유의미할 정도로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지역 및 투자 분야인 만큼, 운용사들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칼라일그룹과 블랙스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포트레스인베스트먼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사모대출을 비롯한 인도 크레딧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는 투자 기회를 엿보기 위해 현지 투자사와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짜는가 하면 일찍이 투자 인프라를 만들어두고 해당 본부를 운영할 현지 수장 찾기에 나선 곳도 즐비하다.
통상 운용사들은 사모신용펀드(PCF)를 운용함으로써 크레딧 시장에 진출한다. 흔히 사모대출펀드(PDF)와 혼용되기도 하는 PCF는 사모로 자금을 모아 회사채와 기업대출, 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기업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는 바이아웃(Buy Out)과는 대비된다. 쉽게 말해 운용사가 기업에 은행과 같은 대출기관 역할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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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현지 투자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인도 크레딧 시장 진출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회사는 우리나라 진출을 위해 1년 이상 합작법인을 세울 투자사 물색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지난해 EMP벨스타와 함께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인도 투자의 경우 아직 투자 전략 및 접근 방법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모투자보다는 사모대출 비즈니스를 위해 관련 투자 인프라와 인재 풀을 구축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투자에 박차를 가해온 칼라일그룹도 인도 크레딧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라일그룹 홍콩 지사 관계자들은 인도 크레딧 투자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 인도를 방문했다. 이제 리서치 단계에 접어든 만큼 칼라일의 인도 시장 진출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글로벌 펀드를 통해 인도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인도에 주목하는 주요 이유는 ‘성장 궤도에 올라탄 인도 경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인도는 최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데다 국민 소득 수준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소비재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 투자업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에는 상장 전 자금 수혈이 필요한 비상장 기업뿐 아니라 신용등급은 낮지만, 성장성이 뚜렷한 중소·중견 기업이 즐비해 다양한 투자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인도 크레딧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의 사모대출 거래 규모는 약 53억달러(77건)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펀드를 통한 사모대출 투자가 60% 가량을 차지해 글로벌 운용사에게 투자 기회가 크다는 설명이 덧붙는다. 언스트앤영은 인도의 크레딧 시장 전망이 당분간 밝을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의 단기 자금 조달 수요가 커진 만큼, 이러한 추세는 향후 1~2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억 규모의 사모대출이 운용되는 북미와 유럽 대비 인도는 상대적으로 운용사 간 경쟁이 덜 한편”이라며 “잠재 고객이 큰 지역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하지 않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