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이 아파트 전용면적 82.5㎡형은 지난달 5일과 18일 각각 10억9300만원(14층)과 11억1000만원(10층)에 팔렸다. 그리고 한달 뒤인 지난 8일 같은 면적의 2층 아파트는 무려 11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불과 한달만에 아파트값이 6000만~7000만원 오른 것이다.
인근 잠실박사공인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새해 들어 벌써 11건이나 매매가 성사됐고, 이달 들어 아파트값이 2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그런데도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주택시장에 때이른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주택시장을 짓누르던 ‘대못’ 규제들이 하나둘씩 뽑히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
특히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과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수혜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신도시,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분당신도시 정자동 느티마을 공무원3·4단지 전용 59㎡형은 한달 여만에 5000만원 가까이 올라 4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정자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팔겠다고 내놓았던 매물들을 집주인이 해가 바뀌면서 전부 거둬들여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호가가 수천만원씩 올라 잠시 거래는 주춤하지만 오는 4월부터 리모델링사업이 본격화되고 봄 이사철까지 겹치면 거래가 늘고 집값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인시 역시 쌓여 있던 중대형 미분양아파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소진되면서 집값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용인 동천동 동천마을 현대2차홈타운 전용 56㎡는 3억1000만원 선으로 6개월 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인근 동천굿모닝힐5단지 전용84㎡도 6개월 전 3억78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4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동천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른데다 전세 물건 자체도 씨가 마르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며 매수에 나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를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 집값이 본격 상승하는 변곡기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서울·수도권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와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집값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여전히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안전한 전세 물건을 찾기도 점점 어려워져 중소형 중심의 매매 전환도 본격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