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마하라슈트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반면 인도에서는 지난 몇 년간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인도가 14억명의 인구를 무기로 일본을 제치고 지난해 처음 세계 자동차 시장 3위에 오른 것도 확장 기회로 여겨진다.
현대차 인도법인, 지난해 순익 7000억
19일 현대차가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인도법인(HMI)은 지난해 매출액 9조2302억원, 순이익 710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규모는 25.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62.5%나 늘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한 해 7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연결 기준 7조9836억원의 순이익을 번 것을 감안하면 전체 순이익 중 9%가 인도 시장에서 창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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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인도법인의 판매실적을 보면 그 성장세가 상당히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난다. 2002년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기록한 현대차는 10년 만인 2012년 판매규모를 64만대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5년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2019년에는 처음으로 7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반면 중국시장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때 100만대를 넘어섰던 연간판매량은 매년 빠른 속도로 감소하며 지난해에는 25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러시아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사태로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5% 줄어든 9만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1년째 가동이 중단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전기차 시장 선점 관건
게다가 최근 인도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수를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곧 중국 인구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현대차는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인도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첸나이 공장에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춘 현대차는 올 초 아이오닉5를 생산과 판매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전기차 6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현재로서 현대차는 인도 말고는 앞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해외시장이 없는 상태”라며 “중국과 러시아 시장이 막힌 만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