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화이자와 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인수합병으로 혁신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파이프라인 강화와 사업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 존슨앤드존슨 간판.(사진=연합뉴스) |
|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억달러(1조3000억원) 이상 규모의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합병 계약이 총 9건에 달했다. 화이자가 올해 3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기업 시젠을 총 430억 달러(56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이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분야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이었던 암젠의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인수 278억달러(약 36조원)를 월등히 넘어선다. 화이자는 시젠 인수를 통해 항암 치료제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머크(MSD)가 생명공학기업 프로메테우스바이오사이언스를 108억달러(14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이 뒤를 이었다. 머크는 프로메테우스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면역 적응증 관련된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스위스 노바티스의 희귀 신장병 치료제개발기업 미국 치누크 테라퓨틱스 인수( 35억달러· 4조5000억원) △사노피의 미국 당뇨병 치료제 개발사 프로벤션 바이오 인수(29억달러· 3조8300억원) △일라이 릴리의 미국 다이스 테라퓨틱스 인수(24억 달러· 3조2000억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이 줄을 이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인수합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글로벌 빅파마 대부분은 지속적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137년의 역사를 지닌 다국적 제약기업 존슨앤드존슨(J&J)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매출 525억6300만달러(69조원)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존슨앤드존슨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었다. 존슨앤드존슨은 1959년 타이레놀을 개발한 맥닐연구소를 처음으로 인수한 뒤 1959년 플라스틱제품 제조기업인 키콤을 품에 안았다. 이어 1961년 얀센을 인수해 연 매출 70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효자 제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출시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교해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다. 인수합병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간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인수합병 거래 금액은 10조원을 넘기며 전년대비 49% 증가했지만 거래 건수는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 유망기업으로 인수합병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의 인수합병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2016년 제정한 기업활력제고 특별법(기활법·내년 8월 일몰)을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바꾸고, 법 적용 대상도 공급과잉업종 기업에서 정상업종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 시장조성자 육성과 시장참여자 간 네트워크 강화 지원, 인수합병 시장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등과 관련한 기반도 적극 조성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