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간 1.6조 흑자에서 1분기에만 600억 적자로

작년 동기 대비 5000억 이상 손실
각종 건정성 지표에서도 ‘비상등’
M&A 통한 업권 활성화 가능성 제기도
  • 등록 2023-05-23 오전 5:15:21

    수정 2023-05-23 오전 5:15:21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저축은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만 1조6000억원대에 이르던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1분기 6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내에선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적자 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불붙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1분기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순손실(잠정) 규모를 600억원으로 추정했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부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 여파가 컸다. 업권 차원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9년만이다.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이 1조60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역대급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은 1조59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연도별 1분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 2048억원 △2020년 2443억원 △2021년 4618억원 △2022년 4561억원에서 올해 600억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이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은 1분기 영업손실 230억원, 순손실 1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영업손실은 116억원, 순손실은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0.5%, 208.6% 줄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질 저축은행 실적발표에서도 대부분 저축은행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대형 저축은행에서도 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각종 건전성 지표에서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지난해 말(4.04%)보다 1.1%포인트 급등했다. 해당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연말 기준으로 2018년(5.05%)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연체율도 5.1%로 집계됐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2016년 말(5.83%) 이후 약 6년 여만에 처음이다.

중앙회에서는 회원사들을 상대로 월별 실적관리에 나서는 등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매 분기별로 받아왔던 영업실적을 매달 제출하는 한편, 주요 건전성 관리 지표 항목도 세분화해 관리 강화에 나섰다.

저축은행들이 외형 확장보단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가운데 업계 내에선 규모가 적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M&A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로 다른 영업권역의 저축은행 간 합병을 허용하고, 한 대주주가 소유 가능한 저축은행 수를 3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저축은행 업권에 적용 중인 M&A 규제 완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 M&A를 통해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하고 살아남으려면 M&A 불가 등 불합리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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