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우리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주도권이 약해질 위기에 놓였다. 경쟁사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C)이 합병하면 낸드 1위
삼성전자(005930)의 점유율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력은 우리 기업이 앞서는 만큼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단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를 위해 메모리 인재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육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韓 낸드 시장 주도권 약화 가능성”23일 반도체 전문가들은 키옥시아·WDC 합병에 따른 점유율 변동이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중휘 인천대 명예교수는 “키옥시아·WDC의 점유율 증가는 위기”라며 “삼성전자 혼자 낸드 시장을 좌우할 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주도권이 크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키옥시아·WDC 점유율이 늘면 가격 정책 등 영향력이 증가할 수는 있다”고 예상했다.
|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 기준 업체별 시장 점유율. (사진=트렌드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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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이 늘어난다는 건 키옥시아 진영 혼자서 그만큼의 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기업이 공급·가격 전략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어려워진다. 과점형태인 메모리 시장 특성상 점유율 상위 기업의 공급 정책이 제품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낸드 시장의 성장성도 고려하면 주도권 약화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인공지능(AI) 사용 증가에 따른 데이터센터향 수요와 전기차·자율주행차 확대 등으로 2025년 낸드 시장 규모가 D램을 넘는다고 봤다.
낸드 선두 유지 핵심도 결국 ‘기술’
다만 기술 격차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낸드의 핵심 경쟁력인 적층 역량은 여전히 우리 기업이 우위다. 삼성전자는 236단 추정 8세대 V낸드를,
SK하이닉스(000660)는 업계 최고층 238단 4D 낸드를 양산 중이다. 키옥시아와 WDC는 지난 3월에야 218단 낸드를 공동으로 개발했고 연내 양산할 계획이다.
| 삼성전자의 8세대 V낸드플래시 제품(왼쪽)과 SK하이닉스가 양산 중인 세계 최고층 238단 4D 낸드. (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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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키옥시아·WDC의 점유율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다. 키옥시아 진영이 기술력에서 우리 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하면 외려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2~2013년 D램 점유율 4위였던 마이크론은 ‘치킨게임’에서 무너진 당시 3위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하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4년 SK하이닉스가(27.4%) 마이크론 진영(24.6%)을 다시 추월했다.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결과다.
中 반대가 최선…“초격차 인재·소부장 육성”전문가들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면 낸드 시장에서 꾸준히 선두를 지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시스템반도체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메모리 지원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특히 메모리 인재 육성과 소부장 생태계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소부장 자립화율은 지난해 기준 30% 수준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 소재 국산화율은 약 50%로 높아졌으나 부품과 장비는 아직 외국 의존도가 높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재 양성과 소부장 활성화 등 전체 생태계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본사. (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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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합병 불발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합병이 이뤄지려면 미국과 중국 등에서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업계는 미국과 다투는 중국이 동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중국이 합병 승인을 정치적 카드로 쓸 가능성도 상당하다. 미국의 규제 리스크가 큰 중국과 메모리 추격에 속도를 내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미국이 준비 중인 AI반도체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기술력이 밀리는 중국에는 상당한 타격”이라며 “합병에 동의하는 대신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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