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약 600억달러(약 80조40000억원)에 인수한다. 1999년 엑손이 모빌을 합병(810억달러)한 이후 최대 규모 ‘빅딜’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이 파이어니어 주식을 주당 253달러, 총 59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니어 주주들에게 주당 약 2.3주의 엑손모빌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주총회 및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내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기대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두 회사를 결합하면 각각의 회사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어니어는 퇴적암층에 섞인 있는 원유·가스를 채굴하는 셰일오일 시추업체로, 미국 주요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서 총 생산량의 약 9%를 생산하는 3위 업체다. 엑손의 생산량은 6%로 5위다. 두 기업 결합으로 퍼미안 분지 일대에 독보적인 세일오일 업체로 올라선다. 퍼미안 분지는 석유과 가스를 추출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미국 에너지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엑손모빌은 파이어니어를 인수하면서 퍼미안 분지의 하루 생산량을 130만배럴까지 끌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 생산량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300만배럴이다.
최근 기후위기 문제로 전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는데도 불구 엑손모빌은 세일오일 업체를 인수하면서 화석연료 투자에 나섰다. 최근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엑손모빌은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치솟으면서 상당한 현금을 확보했고, 이번 인수에 실탄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