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 매사추세츠 연방 법원이 16일(현지시간) 저가항공사(LCC) 제트블루항공의 스피릿항공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M&A로 요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M&A를 막아야한다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윌리엄 영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항공시장은 21세기 초반에 일어난 일련의 M&A로 인해 더욱 집중된 과점 시장이 됐고, 소수의 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번 딜로 경쟁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법무부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제트블루는 지난 2022년 7월 38억달러(약 5조원)에 스피릿을 인수하기로 했다. 제트블루는 스피릿 인수하면서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이어 미국 5대 항공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제트블루와 스피릿은 각각 미국의 6대, 7대 항공사다.
두 항공사의 인수가 이뤄질 경우 LCC시장의 경쟁이 줄어들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애초 인수가 발표될 때부터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제트블루는 스피릿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 미국 항공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항공사(FSC)와 경쟁을 오히려 촉발시켜,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쟁당국의 칼은 매서웠다. 법무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운임 인상과 좌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고, 지난해 3월 제트블루의 스피릿 인수를 막아 달라고 매사추세츠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스피릿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해당 노선의 항공 운임이 17% 하락했고 제트블루 내부 서류에는 스피릿이 항로 운항을 중단하면 요금이 3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제트블루와 스피릿의 결합은 수천만명의 여행객들에게 더 많은 요금과 더 적은 선택권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M&A로 인한 독과점 해소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항공산업은 과점체제가 굳어지면서, 항공사들이 요금을 지나치게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당국은 독과점을 강화하는 M&A에 대해서는 과감히 칼을 대고 있는 중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기사회생을 바랬던 스피릿의 주가는 50%가량 급락했다. 반면 인수부담 리스크가 사라진 제트블루의 주가는 3.5%가량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