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정부가 지난해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배터리) 등 주요 첨단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이하 전략기술)로 지정한 데 이어 이번엔 국내외 유출 방지 및 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달 중 국가핵심기술 지정 작업이 마무리돼 향후 중국 등 후발업체의 거센 기술 추격을 차단하는 한편 첨단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 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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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각 업계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기술조정위원회가 지정한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의 전략기술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로 연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산업기술보호법상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의 소위원회로 구성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조정위원회가 내주 회의를 열어 해당 기술을 심의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달 내 고시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에선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앞서 전략기술 수준을 조정하는가 하면, 국가핵심기술로의 연계가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략기술 지정 취지가 우리 주력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이라면 국가핵심기술 연계를 통해 우리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기술 유출 등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수출 때 심사 등 규제가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업체 간 입장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일컫는다. 따라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경제적 가치 및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토대로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관련 기술 수출 및 보유기관의 해외 인수·합병에 관한 사항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침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현재 반도체 부문의 국가핵심기술은 시스템반도체용 첨단 패키지 조립·검사기술 등을 포함한 5개 기술이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은 제외) 기술과 8세대급 이상 TFT-LCD 패널 설계·공정·제조·구동(모듈조립공정은 제외) 기술 등 2건이 지정됐다.
업계에선 신기술 위주로 국가핵심기술을 추가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디스플레이기업 관계자는 “기존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은 이미 중국 등에 추격을 당한 상황이어서 차세대 기술 중심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법도 빠르게 개정돼 경쟁국과 경쟁업체로부터 우리 기술을 보호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개 산업의 15개 신기술을 전략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경우 반도체·배터리·백신과 함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시행령에 명시된 국가전략기술에도 이름을 올려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