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눈높이마저 넘어섰다…과열 경고등 켜진 종목은

한화오션, 6월에만 32% 오르며 3만7600원 마감
1년후 예상하는 증권사 목표주가가 오히려 20% 낮아
한미반도체·SK바사도 목표주가 괴리율 10%대 기록
"투심 일시적으로 쏠리며 오버슈팅…관망세 필요"
  • 등록 2023-06-30 오전 5:00:00

    수정 2023-06-3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2600선을 돌파하자마자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속에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며 급등주에 베팅을 하는 모습이다. 이에 일부 기업의 주가는 증권가가 6개월 혹은 1년 후의 상황을 분석해 제시하는 ‘목표주가’보다도 더 높게 올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화오션, 목표주가 보다 현재가 높은 기업 ‘1위’

2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분석하는 종목 중 한화오션(042660)이 실제 주가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가장 크게 벌어진 기업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11곳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평균 2만9727원이었지만, 이날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보다 150원(0.40%) 오른 3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목표주가가 현재주가보다 20.9% 밑돈다.

최근 조선주에 대한 기대감이 매수로 이어지며 주가가 급등하자 현재주가가 목표주가마저 웃도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사명이 바뀐 기업이다. 한화그룹과의 시너지 기대에 이달에만 32.6% 상승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2021~2022년 수주분에 대한 건조물량 확대와 선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조선소 들의 실적개선 방향은 2024년까지 뚜렷하게 그려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 창정비 1척 등 총 5척, 10억6000만달러를 수주했다. 목표액 69억8000만달러 대비 15.2% 수준이다. 전체 수주 잔량은 131척, 290억달러 규모다.

실적 전망치 역시 상향 중이다. 당장 2분기에는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지속하겠지만, 3분기부터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연간으로도 2023년 3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 2020년 이후 3년 만에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투자들의 투심이 몰리며 주가가 ‘오버슈팅(단기급등)’된 것이다.

목표주가를 넘어선 또 다른 상장사는 한미반도체(042700)다. 한미반도체의 증권사 목표주가는 평균 2만5956만원이지만 29일 3만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괴리율은 마이너스(-)14.1%에 달한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미반도체는 역시 연초 이후 13.7% 상승했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다이를 서로 붙여주는 장비를 제조하는데, 최근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수적인 제품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이다. 한미반도체는 이 GPU에 동반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붙여주는 본딩 장비도 제조한다. AI 반도체 붐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판단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변화없지만 수급 쏠림에 주가 과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목표주가(7만1833원)보다 높은 8만2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목표주가가 종가를 13.1% 밑돌고 있다.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최근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에 등재되며 목표주가를 뛰어넘게 됐다. 루트로닉(085370) 역시 미용기기 업황 기대 속에 주가가 3만6400원까지 오르며 목표주가(3만3667원)를 웃도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 역시 목표주가는 7만6600원이지만 이날 8만2300원으로 마감하며 목표주가와 주가의 괴리율이 -6.9%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중장기 건설프로젝트가 증가하며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내 경기부양책,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혜 등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급등세를 탔다.

증권사들은 기업의 이익 추정치나 실적을 토대로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이 때문에 현재 주가보다 목표주가가 더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목표주가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된 기업들은 기업가치는 크게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과열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목표주가보다 현재가가 더 높은 기업들은 조선이나 반도체, 미용기기, 건설 등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업종이긴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앞서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섣부른 추격매수보다는 관망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따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주가가 목표주가보다 더 높은데 목표주가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라며 “‘매도’를 투자의견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증권사 입장에서 간접적으로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라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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